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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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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르고 자살한 용의자가 한국인 교포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에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부모들은 혹시나 한국 유학생에 대한 차별과 보복 폭력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국제전화를 통해 자녀들의 안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딸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주부 현혜숙(52) 씨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전화를 했다가 통화가 안 돼 안절부절못했다”며 “수업 중인 것을 알고 한시름 놓았지만 절대 혼자 걸어 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1998년 고등학생인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서울 성북구 돈암동 박은정(53·여) 씨는 “용의자가 중국계라고 알려졌을 때도 미국인들 눈에는 비슷해 보이니까 덜컥 겁이 났는데 한국인이라니 정말 걱정”이라며 “남편과 번갈아 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을 지난해 미국 텍사스 주 칠고칼리지에 어학연수를 보낸 오무희(57·여) 씨도 “범인이 한국인이란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돼 바로 전화를 했다”며 “눈에 띌 만한 행동을 하지 말고 한동안 어디 나가거나 미국인과 어울리는 것을 자제하라는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유학생 부모들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 출신 유학생이 장기적으로 인종차별이나 정책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타냈다.
사고가 일어난 미국 버지니아공대 박사과정에 지난해 가을 딸을 유학 보낸 김복순(53·여) 씨는 “적어도 3년은 미국에서 더 공부해야 하는데 선입견 때문에 한국 출신 유학생들이 대학의 장학금 정책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 여파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국제전화 통화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한미 국제전화 통화는 17일 오후 11시부터 18일 0시까지 9234건으로 집계됐다. 이것은 1주일 전 같은 시간의 3753건보다 약 2.5배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18일에도 이어져 오전 6∼7시 통화(6397건)는 전주(前週) 같은 시간(2252건)에 비해 약 2.8배 증가했다. 이날 0시부터 낮 12시까지의 통화량은 9만1352통에 이르러 일주일 전 같은 시간의 5만861통에 비해 약 1.8배 증가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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