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주화 미루면 소련처럼 망한다”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중국의 저명한 관방학자(官方學者·정부 방침을 대변해 온 학자)가 민주화를 피해 가려는 중국의 현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모순은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올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는 ‘삼권분립’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정치개혁을 역설했다.

이는 올해 2월 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금은 민주화보다 경제 발전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 대회를 민주화 시발점으로”=싱가포르의 유력 일간 롄허(聯合)조보는 11일 민주화의 길을 걷지 않으려는 중국의 현 지도부를 신랄히 비판하는 한 학자의 주장을 상세히 실었다. 이 신문은 “인터뷰한 사람은 베이징(北京)의 저명한 관방학자”라며 “상대가 익명을 요구해 자세한 신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학자는 “올가을 열리는 17차 당 대회를 당내 민주화 실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민주화의 지체가 옛 소련 해체의 가장 큰 원인이자 중국이 현재 당면한 사회 모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민주화가 부진하면 중국이 해체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경제 건설보다 정치개혁이 더 시급”=이 학자는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모순은 중국 지도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낙후된 경제와 풍요를 꿈꾸는 국민의 욕구 사이의 모순도 아니요, 일부 학자가 말하는 것처럼 의료 교육 등 공공재의 공급과 수요 간의 모순도 아니며 날로 높아지는 인민의 권리의식과 이를 대표하는 권력의 낙후성 사이의 모순”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17차 당 대회는 경제 건설 중심의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 정치개혁, 제도건설을 중심으로 하되 정책 결정과 집행, 감독의 권력이 모두 집중된 공산당 위원회의 권력을 분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개혁개방 이래 28년간 중국 공산당이 경제 건설에 당의 중심을 둔 것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계급투쟁에 중심을 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경제가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사회) 수준에 이른 만큼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에게 권력 집중 절대 안돼”=그는 “정책 결정과 집행을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중국의 ‘1인 전권제(專權制)’는 항일전쟁의 산물로 소련에서 따온 것”이라며 “민주화의 가장 큰 핵심 과제는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정책 결정과 집행, 감독의 세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를 보도한 담당 기자는 “취재원은 공무원이자 학자”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