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부국 카자흐 ‘등거리 외교’ 선언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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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입니다.”

지난달 2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와 카스피 해 송유관 공동 건설 협정에 서명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독립국가연합(CIS)에 속했으면서도 모스크바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크렘린의 싸늘한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

18일 뒤인 7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미국 중국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군사 교리에 서명했다. 카자흐스탄 군사 교리의 골자는 CIS 지역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력하는 집단 안보에 충실하면서 중국 미국과도 군사 교류를 증진하겠다는 것.

러시아 언론들은 카자흐스탄의 군사 교리가 전략적으로 서방과 러시아 어느 한편에 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문서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등거리 군사 외교’를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이 군사 교리가 나오자 러시아 군 강경파는 “갓 만들어진 비행기가 에어쇼 곡예를 펼치는 것 같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크라이나나 벨로루시에 에너지를 무기로 압력을 가했던 러시아도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 CIS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카자흐스탄의 줄타기 외교를 길들일 뾰족한 수단은 없는 상태라고 러시아 정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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