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무슨 개혁… 바뀐게 뭐가 있나”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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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늘색과 빨간색의 날입니다. 깃발 색깔이 바뀌어도 키예프는 나아지지 않아요.”

오렌지혁명의 주역인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반대 집회가 열렸던 지난달 31일 오전 8시(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중심가인 흐레샤지크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3년 전 오렌지색 물결로 가득 찼던 이 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안나 콘스탄티나 씨는 “오렌지혁명과 반혁명 세력의 끊임없는 정쟁에 시민들과 경제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혁명에 배신감을 드러낸 시민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국에서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지휘하는 지역당의 상징인 하늘색과 공산당의 상징 빨간색 깃발은 “의회 해산 반대” 구호와 함께 우크라이나 20여 개 도시 중심가를 뒤덮었다.

▽배반의 혁명=지난달 30일 키예프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드네프르 강 동쪽 강변 도로에서 승용차 추돌 사고가 나 도로가 막혔다. 출동한 교통경찰은 승용차 운전자가 사망했는데도 길거리에 40분 동안 방치했으며 응급차량도 중앙선을 가로막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러시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우크라이나 여행 안내인 미하일 곤가드제 씨는 “월급 150달러 안팎을 받는 경찰과 의료진에 급행료를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오렌지혁명으로 거리에 구호만 늘어났을 뿐 인권이나 사회 시스템이 바뀐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멍드는 경제=키예프 시내에서는 오렌지혁명 세력이 추구했던 개혁이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하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밤 신축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선 보고슬롭스키 페레울로크 거리에서는 준공을 마쳤으나 입주민이 없는 불 꺼진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사유화로 거액을 번 신흥 부유층이 대규모로 지은 건물이었다. 키예프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국 교민 김무회 씨는 “부동산 세제가 의회에서 표류하는 바람에 아파트를 고가에 내놓고 몇 년간 비워 두는 신흥 부유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세제 개혁 실패는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통계청에 따르면 유셴코 대통령이 집권한 2005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재정 수입이 지출을 초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렌지혁명 세력의 갈팡질팡 개혁이 산업 합리화를 가로막으면서 반혁명 세력의 복권을 불러오고 있었다.

키예프=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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