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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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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2006 아시아 사모(Private Equity)’ 포럼에서 화려한 소개말과 함께 ‘차임’이 첫선을 보였다. 차임이란 중국(China) 인도(India) 중동(Middle East)을 아우르는 경제권을 뜻하는 말. 한동안 신흥 경제권의 상징이었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제치고 중동과 아시아의 협력 시너지에 초점을 맞춰 각광받는 신개념으로 등장했다.
오일쇼크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거대한 석유자본과 새로운 리더십으로 다시 떠오른 중동경제의 성장 가능성은 최근 외신에서 특히 자주 거론된다. 차임벨 소리에 빗대 ‘이제는 차임에 맞춰 춤출 때’라거나 ‘13세기에 끊어졌던 실크로드가 다시 열리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바뀔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잇따른다.
○ 해외 투자 끌어모으고 중국 자본시장에도 진출
특히 이슬람의 ‘오일 머니’가 고수익을 좇아 아시아의 신흥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걸프 지역에서 총 3000억 달러 이상을 주무르는 중동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자산의 10%에서 최대 30%까지 아시아에 투자해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상은행의 증시 상장 과정에서,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이끄는 중동투자단은 중국은행의 공모주 입찰에서 각각 거액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 같은 ‘큰손’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HSBC 같은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중동 진출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중동 내에서는 제2의 인프라 설계와 건축 붐이 해외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포스트 오일’ 시대, 즉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고민은 정보기술(IT) 등 비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석유 수출도 정제기술을 확보해 가공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노린 아시아 기업들의 준비작업도 본격화됐다. 싱가포르의 7개 기업이 주축이 된 전문건축 컨소시엄은 수조 원대 중동지역의 건설 프로젝트를 노린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쿠웨이트에서 진행되는 150억 달러(약 14조2500억 원)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한다.
○ 한국도 에너지 확보-장기 경제교류 공들여
‘차이나맥스 마트’ 같은 유통기업, 중국의 하이얼과 레노보, 한국의 삼성전자도 중동 지역에서 활동을 확대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두 권역 간 거래 규모가 지금의 연간 150억 달러에서 2020년 연간 30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증권의 수석 경제고문인 조지 매그너스 씨는 지난해 말 이미 “뉴 실크로드가 세계 경제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언어 및 금융시스템의 차이, 일부 국가의 관료주의와 부정 부패는 중동 진출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불안한 정세와 비민주적 정치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중동 자본의 아시아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도 만만찮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 주최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경제 관련 콘퍼런스에서는 투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중동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기초산업협회의 무트라크 알모리셰드 부회장은 “중국에 화학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각종 환경보고서를 내라는 중국 당국의 주문만 몇 년째 되풀이돼 왔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겪어본 적이 없는 절망적인 협상”이라고 울분을 털어놓았다.
한편 한국의 대(對)중동 수출 규모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인도 등에 비해 증가 속도가 느린 편.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중동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4일부터 진행한 중동 3개국 순방에서 적극적으로 한국기업 세일즈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순방에는 분야별로 총망라된 150여 명의 경제인이 정부가 따로 띄운 전용 전세기를 타고 동행했다.
순방단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 도하나 두바이는 시내 전체가 건설현장 같다”며 “경제 활기와 함께 국가경제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중동 지도자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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