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야스쿠니, 위안소 운영자를 호국영령으로 받들어

  • 입력 2007년 3월 29일 17시 59분


코멘트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靖國)신사가 강제 매춘 위안소 운영자를 호국영령으로 '모신'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2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회도서관이 28일 공개한 '신편 야스쿠니신사문제 자료집'에서 구 후생성과 야스쿠니신사 측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위안소를 운영한 일본인을 신사에 합사(合祀)한 기록이 확인됐다.

1967년 구 후생성 원호국 합사담당과장 등 7명과 신사 측 담당자 2명의 회의내용을 담은 보고서에는 '법무사망자(일반 재외교포)는 합사'라는 구절에 뒤이어 '사쿠라클럽 경영자. 부녀자 강제 매음형 10년 수형 중 병사(病死)' 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일본의 BC급 전범연구자들은 이 합사자가 1943년 9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자카르타에서 유럽계 여성들에게 강제 매춘을 시킨 일본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합사자는 네덜란드군의 전범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1946년 현지에서 복역하다가 한달 여 만에 병으로 사망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재단법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은 위안부문제 조사보고서에서 사쿠라클럽이 일반 재외교포를 위한 위안소였으며 경영자가 행정당국의 강한 압력을 받아 개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관여했다는 뜻이다.

기금의 보고서는 '(위안소에서) 탈출하려고 한 여성은 즉시 경찰에 체포돼 단기구금됐다', '군은 설치나 규칙에 관여했다' 등의 내용도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만 군이 조직으로서 설치하거나 장병들이 사용할 목적으로 설치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BC급 전범 및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하야시 히로후미(林博文·현대사) 교수는 "야스쿠니신사 합사 대상은 전쟁에 협력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명분"이라면서 "위안소 경영자가 전쟁에 공헌했다고 정부가 당당히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야시 교수는 "구 후생성이 '위안소를 경영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중대한 사실"이라며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위안소 경영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도서관이 공개한 자료는 구 후생성이 전범 등의 합사에 대해 신사 측과 빈번히 협의하면서 합사 대상자를 결정하는 데 관여한 사실을 명백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합사를 행한 것은 신사이고, 구 후생성은 요청에 따라 정보를 제공한 것 아니겠느냐"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