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에 불편한 과학자들

  • 입력 2007년 3월 14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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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에 불편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장편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과장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먼저 해수면 상승. 고어 전 부통령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해수면이 20피트(약 6m) 상승해 뉴욕과 플로리다의 일부가 물에 감길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지난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21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최대 23인치(약 58cm)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을 뿐이다.

다음 온도 상승. 고어 전 부통령은 최근 기온이 과거 1000년 중 가장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지난해 6월 보고서에는 현재 기온이 중세 온난기가 끝날 무렵인 1600년 무렵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돼있다.

기후학자인 로이 스펜서 앨라배마 대학 교수는 "우리가 실제 아는 것은 지금이 과거 400년 중 가장 덥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지질학자인 돈 이스터북 웨스턴 워싱턴 대학 석좌교수는 "1만5000년 동안 중세 온난기를 포함해 10차례의 온난기가 있었는데 이들 온난기는 지난 세기보다 20배나 더 더웠다"고 말했다.

허리케인도 마찬가지. 고어 전 부통령의 자문관이기도 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한센 고다르우주연구소장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허리케인이 강력해졌다고 성급히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서양의 허리케인은 예상(9개)보다 작은 5개에 불과했고 미국까지 강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모두 과학계에서 명망이 높거나 중도 입장을 취해왔던 학자라는 것. 이스터북 교수는 "고어 전 부통령이 나무 대신 숲을 보는데 탁월했지만 이제는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열기를 다스려야 때"라고 충고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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