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아들, 빌 게이츠 넘보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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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날은 머지않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8일 올해 포브스지 선정 세계 부호 순위에서 3위에 오른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67·사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통신회사 텔멕스의 회장인 슬림의 올해 재산은 490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90억 달러가 늘어났다. 무려 63%에 이르는 슬림 회장의 2006∼2007년 재산 증식 속도는 최근 10여 년 동안 그 어느 부호가 보여준 연간 재산 증가율보다 가파른 것이라고 포브스지는 소개했다.

특히 부호 1, 2위를 고수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요즘 ‘돈 버는 것’보다는 ‘베푸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슬림 회장의 1위 등극은 ‘언제’의 문제이지 ‘가능성’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의 부호 가문이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멕시코에서 슬림 회장은 든든한 배경도 없이 정상에 오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통한다. 가난한 레바논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1990년대 초 멕시코 통신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큰돈을 벌었다. 그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낭비하지 않는 생활 스타일로 국민으로부터도 비교적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 시작한 슬림 회장은 재빠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유통, 금융, 담배, 항공,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슬림 회장의 재산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6%에 해당하며 그의 계열사에서 일하는 종업원만도 25만 명에 이른다. “멕시코는 슬림의 땅(Slimland)”이며 멕시코 사람들은 매일 그에게 단 몇 페소라도 지불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유행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그러나 슬림 회장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지지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비판론자들은 그가 멕시코 경제가 극도로 혼란했던 시기에 헐값에 통신기업을 인수한 뒤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정치권과 결탁해 사업을 급속도로 확장시켰다는 비난도 있다.

최근 슬림 회장은 멕시코 빈민가 재건과 교육, 보건 프로젝트에 40억 달러를 기부하는 등 자선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브스지 선정 세계 10대 부자 (단위: 억 달러)
순위인물직책재산
1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560
2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520
3카를로스 슬림 통신회사 다수 소유490
4잉그바르 캄프라드 일가이케아 그룹 설립자330
5락시미 미탈미탈 철강 회장320
6셸던 아델슨샌즈 카지노 그룹 회장265
7베르나르 아르노LVMH 그룹 회장260
8아만시오 오르테가자라 그룹 회장240
9리카싱청쿵 그룹 회장230
10데이비드 톰슨 일가톰슨 미디어그룹 설립자220

이건희 정몽구 회장 등 한국인 10명 포함

빌 게이츠 13년째 선두… 인도-러시아 부자 급증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13년째 세계 최고의 부호 자리를 굳게 지켰다. 또 한국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10명이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빌리어네어(Billionaire)’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8일 선정 발표한 ‘2007년 세계 부호’ 순위에 따르면 게이츠 회장은 총 56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은 지난해에 이어 각각 2, 3위를 고수했다.

한국은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10명이 순위에 올랐다. 이 중 이재용 삼성 전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새롭게 진입했다.

중국 본토 사업가로 처음 명단에 오른 장인(張茵·24억 달러) 주룽(玖龍)제지 회장은 390위를 기록했다.

올해 부호 명단의 두드러진 특징은 지난해보다 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나이가 갈수록 젊어지고 인도 러시아 부호들이 급부상한 것. 인도는 36명이 명단에 올라 24명에 그친 일본을 제쳐 눈길을 끌었다.

올해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호는 946명으로 지난해 793명에 비해 19% 늘어났고 전체 순자산액도 3조5000억 달러로 35% 불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415명의 이름을 올려 1위를 지켰으며 독일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 평균 연령은 62세로 지난해보다 두 살 젊어졌고 전체의 60%가 거의 ‘빈손’으로 시작해 재산을 모은 자수성가형 부호였다.

세계 부호에 포함된 한국 부자
순위인물직책재산
314이건희삼성그룹 회장29
432정몽구현대차 회장22
557이명희신세계 회장18
557신동빈롯데 부회장18
583이재용삼성 전무17
583신동주일본 롯데 부사장17
754정몽준현대중공업 대주주13
754차용규카작무스 사장13
840정용진신세계 부회장11
840서경배태평양 사장11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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