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합의 먼길 남아있어 터프한 포용정책 펼쳐야”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1분


“이제는 ‘깐깐한 포용정책(tough engagement)’을 펼쳐야 할 때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주면서 한국정부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는 식이면 곤란합니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일행과 함께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플레처스쿨 학장·사진) 전 주한미국대사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내년에 등장할 새로운 한국정부는 좀 더 광범위한 국내적 의견 통합 하에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3일의 베이징(北京) 북핵 합의에 대해 보즈워스 전 대사는 “괜찮은 시작이지만 중요한 문제를 미래의 협상으로 돌려놓았다. 멀고도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악행에 대한 보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외교는 소위 ‘악행에 대한 보상’이다. 최악의 행동을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외교”라고 말했다.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2005년 9·19공동성명에 따라 포기해야 할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을 협의토록 돼 있는 만큼 HEU도 신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합의문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의 제네바합의와 ‘2·13 베이징합의’가 영변 핵시설의 동결(폐쇄)에 대한 보상, 궁극적인 핵 폐기라는 동일 구조를 가졌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네바합의가 깨지도록 해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하게 한 것은 심각한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보즈워스 전 대사는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경수로에 대해 “위신(prestige)을 세우기 위한 요구일 수는 있어도 북한의 경제 회생에 실제 도움을 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수로가 지어진다 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운 북한에서는 오히려 다른 종류의 에너지 지원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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