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에 독가스까지, 지금 이라크는 생지옥

  • 입력 2007년 2월 22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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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금기인 성폭행 논란에 독가스까지….

이라크 내 종파갈등이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번지며 연일 악화일로다. 수습 과정에서 이라크 수뇌부의 리더십도 휘청거리고 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1일 시아파 경찰의 수니파 여성 성폭행 의혹에 대해 정부를 비판한 수니파 고위관료를 해고했다. 이라크 내 성지와 사원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셰이크 아흐메드 알-사마라이는 "이라크 정부가 성폭행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갑자기 정부에서 쫓겨났다.

이 사건은 19일 베일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알자지라 방송에 나와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알려진 것.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에서 여성이 가족에게 '명예 살인'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공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이라크 사회를 충격 속에 몰아넣은 이번 사건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말리키 총리는 사건 직후 엄정 수사 의지를 밝혔으나 2시간 만에 "성폭행은 조작된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견해를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해고에 대해서도 그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 해고 할 때 규정된 법적 절차를 밟았는지를 놓고 시끄럽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수니파는 "공개되지 않은 시아파에 의한 수니파 여성의 성폭행 피해가 더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시아파는 "종파 갈등을 악화시키려는 공작"이라며 맞서 비난전이 가열됐다.

폭발 테러에는 유독가스도 등장했다. 21일 바그다드에서 염소 가스를 실은 탱크트럭 한 대가 폭발하면서 3명이 사망했다. 20일에도 염소가스 트럭이 폭발해 어린이 52명과 여성 42명을 포함한 1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염소 가스는 피부를 태우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흡입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와 미군 관계자의 말을 빌어 "추악한 테러의 새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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