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추모열기 중국 남북 미묘한 온도차

  • 입력 2007년 2월 19일 18시 54분


코멘트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중국 내 추모 열기에 '남고 북저'의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덩의 사망 10주년인 19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중앙 차원에서 아무런 공식 행사도 마련하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덩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사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덩의 업적을 치하하는 사설과 간단한 기사를 내보냈을 뿐 어떤 특집기사도 마련하지 않았다. 신화통신의 기사 제목은 '중국이 발전의 새로운 계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여서 덩을 추모하는 글인지 후 주석을 찬양하는 글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역시 관련 기사만 다뤘을 뿐 특집보도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베이징(北京)의 이날 분위기는 과연 덩이 중국 인민을 기아에서 해방하고 오늘의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세계 강대국으로 떠오르게 한 장본인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냉랭했다.

반면 남방의 분위기는 달랐다.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난팡(南方)주말은 열흘 전 특집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10년 전 감춰진 덩의 사망순간에 대한 기사부터 덩의 이론의 실체, 덩 사후 10년간 중국의 변화, 선부론(先富論)을 둘러싼 학자들의 논쟁과 덩 가족들의 추모 얘기까지 자세하게 다뤘다.

친 중국계로 알려진 홍콩의 일간 원후이(文匯)보도 '덩샤오핑 :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의 위대한 개척자'라는 제목으로 덩의 사상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지방정부 행사도 남방지역이 대부분이다. 12일 후난(湖南) 성 창샤(長沙)에서는 덩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하는 전람회가 열렸다. 이 전람회엔 전국 화가 6400여명이 1만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13일엔 중국 공산당 문헌연구실과 충징(重慶)시위원회가 공동으로 '덩샤오핑서남공작문집' 출판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반면 베이징에서는 시위 선전부와 덩 이론 연구중심이 11일 부서 차원에서 덩의 이론 토론회를 개최했을 뿐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덩의 개혁개방으로 남방은 상당히 발전한 반면 북방은 상대적으로 낙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광저우는 지난해 이미 1만 달러를 넘어선 반면 톈진(天津)과 동북3성은 이제야 도약하는 단계다.

베이징의 한 교수는 "꼭 소득격차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북방과 성장을 중시하는 남방의 추모열기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