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불법체류자 수용시설 ‘앨패소 보호소’를 가다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멕시코 접경지역인 미국 텍사스 주 엘패소에 있는 밀입국 및 불법체류자 보호소. 국토안보국은 수용자들의 얼굴은 절대로 촬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중범죄자가 아니라 추방 대상 외국인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엘패소(미 텍사스 주)=이기홍  특파원
멕시코 접경지역인 미국 텍사스 주 엘패소에 있는 밀입국 및 불법체류자 보호소. 국토안보국은 수용자들의 얼굴은 절대로 촬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중범죄자가 아니라 추방 대상 외국인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엘패소(미 텍사스 주)=이기홍 특파원
“미국 이민세관국(ICE)의 ‘보호시설’에 수용된 채 추방을 기다리는 밀입국 및 불법체류자는 하루 평균 2만7500명에 이릅니다. 불법체류 이외엔 범죄혐의가 없는 외국인들인 만큼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대목이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미국 텍사스 주 엘패소. 리오그란데 강을 사이에 두고 멕시코와 접한 국경 도시다.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해발 1130m의 이 고원 도시에는 면적 4만7338m²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보호소(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시설에 해당)가 있다.

국토안보국 산하인 ICE의 구금·퇴거담당국(DRO)이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하는 미국 내 400여 곳의 보호시설 가운데서도 접경지역에 있어 특히 상징성이 큰 곳이다.

삼엄한 검색을 거쳐 철망 울타리 세 개를 통과해 보호소 내로 들어가자 단층 건물들 사이 운동장에서 서성이던 주홍색 옷의 중남미계 수용자들이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 옆으론 줄을 지어 한 떼의 수용자들이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앨프리드 캠포스 소장은 “50∼70개 민족 출신의 840여 명(여성 100여 명 포함)을 수용 중인데 이들을 여러 조로 나눠서 운동시키고 식사시간도 여러 조로 편성한다”며 보호소 운영의 애로를 털어놓았다.

요주의 수용자와 일반 수용자를 구분해 야외 활동 허용 및 감시의 정도를 달리한다는 설명.

건물 안은 넓은 홀을 중심으로 2층 침대가 빼곡히 배치됐다. 밖으로 걸 수만 있는 전화와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지만 창문이 많지 않아 대낮인데도 밝지 않았다. 4명의 의사가 상근하는 의료동에는 전염성 질환을 앓는 것으로 의심되는 밀입국자를 보호 관찰하는 격리방이 있었다.

수용자들은 평균 17일간 이곳에 있다가 추방된다. 추방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도 불법체류자가 워낙 급증해 미국 내 400여 곳의 시설로는 감당하기 벅찬 실정이라고 캠포스 소장은 설명했다.

국경순찰대가 지난해 미-멕시코 국경에서 체포한 밀입국자는 무려 110만 명. 대부분 현장에서 멕시코로 돌려보내는데도 보호시설 1일 평균 수용자는 2005년 1만9718명에서 2006년 말을 기준해 2만6500명으로 급증했다.

텍사스 주는 지난해 여름 남부 레이먼드빌 인근에 6500만 달러를 들여 공상과학 영화의 암울한 미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2000명 수용 규모의 대규모 텐트 수용소를 급조하기도 했다.

ICE 구금·퇴거담당국의 1년 예산은 2005년 24억 달러에서 올해 39억 달러로 급증했지만 인권침해와 시설불량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토안보국 감찰반은 지난달 5개 보호소 감찰 결과 의료서비스 부족, 해충 발견, 외부인 접견 제한, 운동시간 부족, 텐트 수용소의 경우엔 창문 부족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국 엘패소 현장 사무소의 로버트 졸리코에 씨는 “많은 예산 투입으로 시설을 증설하고 개선해 왔지만 불법체류자 신병처리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엘패소(미 텍사스 주)=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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