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 모스크바]푸틴 “재벌 총수들? 들어오라고 해”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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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포타닌 인테로스그룹 회장과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블라디미르 포타닌 인테로스그룹 회장과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통령 임기 말기의 화해 제스처인가, 과두재벌(올리가르흐)의 완전한 복권인가.”

13일 크렘린에서 열릴 러시아 재벌 총수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동을 앞두고 모스크바 정계와 재계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푸틴 대통령은 2003년 7월 러시아 최대 석유 재벌이었던 유코스 그룹 세무조사 이후 재벌 총수와의 집단 회동을 피해 왔다. 세무조사 끝에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전 유코스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 러시아 재벌 총수들은 공식적으로 크렘린의 정책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 집권 초기 크렘린에 불만을 드러낸 보리스 베레좁스키 전 로고바스그룹 회장은 해외 망명을 선택했다.

러 경제지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이번 모임은 재벌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재벌 총수 모임인 러시아 기업가 연합(RSPP)이 14일 창설 1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대통령을 초대했다는 것.

RSPP는 1990년대 사유화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벌 회사 사장들의 모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70%는 이 모임 멤버들이 갖고 있는 회사에서 나온다. 2003년 유코스 사태 이후 RSPP는 크렘린의 경제 정책을 묵묵히 따라 왔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는 총수들은 TNK-BP그룹의 빅토르 벡셀베르크 회장, 인테로스 그룹의 블라디미르 포타닌 회장, 알파그룹의 미하일 프리드만 회장, 루코일 그룹의 바지트 알렉페로프 회장, 러시아알루미늄 그룹의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 등.

푸틴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은 이 자리에서 오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산업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옥사나 알렉세예프나 RSPP 대변인이 전했다.

그렇지만 이 모임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화해 무드를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러시아 경제계의 시각이다. 지지율 70%를 웃도는 푸틴 대통령이 퇴임을 13개월 앞둔 데다 재벌의 협조 없이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은 이번 모임을 반겼다. 러시아알루미늄그룹 자회사의 한 대변인은 “데리파스카 회장이 각종 현안에 대한 토론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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