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우는 美 패션모델들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유명 디자이너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를 당당하게 걷는 패션모델들. 일부 여성은 모델이 되기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인기 직종이지만 미국에선 이제 옛말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세계화와 인터넷의 직격탄을 맞아 미국에서 패션모델들의 지위와 대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2007 뉴욕 패션 위크’에서 모델들이 받는 돈은 대체로 1000달러(약 95만 원) 미만이다. 뉴욕 패션쇼에 출연해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공짜로 출연하는 모델도 많다.

패션모델에 대한 대우가 급락한 이유는 세계화 때문이다. 현재 모델업계에선 러시아와 동유럽, 나아가 브라질 출신 모델이 매년 수천 명씩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모델 ‘공급’이 폭등하면서 ‘시장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 이러다 보니 미국 캐나다 서유럽 출신 모델들이 경쟁에서 밀려난다. 더욱이 러시아나 동유럽 출신 모델은 대체로 어깨가 좁고 엉덩이가 작아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체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브랜드인 캘빈클라인도 지난 시즌 뉴욕 패션 위크에서 미국 모델을 한 명도 쓰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22명의 모델 중 12명이 러시아나 동유럽 출신이었다.

여기에 인터넷의 등장은 모델 업계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모델스닷컴(Models.com)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매달 1만5000명 정도의 모델 지망생이 전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올린다.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언제든지 필요한 새로운 얼굴을 확보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델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전에는 평균 8∼10년에서 이제는 1∼2년으로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