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못알아듣는 '건강 문맹' 심각

  • 입력 2007년 2월 1일 17시 31분


의사들이 친절하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을 알아듣기는 어려운가 보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9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건강 문맹(health illiteracy)' 문제가 심각하다며 건강 문맹이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30일 소개했다.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와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사는 노인 2512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 연구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5년 안에 사망할 확률은 처방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보다 두 배 높았다. 나이, 인종, 교육이나 소득수준, 건강 습관 등을 고려해 분석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코넬 대학이 대학병원을 찾은 천식 환자 17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는 빈도도 높고 신체 움직임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약병에 붙은 경고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건강 문맹자에게 큰 문제다. 예를 들어 "씹거나 부수지 말고 통째 삼키시오(Do not chew or crush, swallow whole)"라는 경고문을 "씹어서 녹이시오"나 "통째 삼키면 목이 막힙니다"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먹으면 안됨(For external use only)"이라는 경고문도 "먹을 때 극도로(extreme) 조심하시오"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이 △'협심증' 대신 '가슴 통증' 'HIV 음성 반응' 대신 'HIV 바이러스 없음' 등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처방이 끝나면 환자에게 그 내용을 되풀이 해보라고 권하며 △진료 후에는 "질문 없죠?"보다 "어떤 게 궁금하세요?"라고 물어 환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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