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부부, 故 이수현 씨 추모영화 시사회 참석

  • 입력 2007년 1월 26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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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수현 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故 이수현 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26일은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씨가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숨진 지 6년이 되는 날.

일본 내에 뜨겁게 일어나는 이씨 추모 열기를 증명하듯 이날 고인을 추모하는 한일합작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의 시사회에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도 참석했다.

도쿄 일본소방회관에서 공개된 시사회는 600여 명의 초대관객으로 메워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일본 프로야구 안타왕 장훈 씨를 비롯한 유명인사가 여럿 참석했다.

영화는 고인의 한국에서의 생활부터 시작해 일본에 유학해 문제의 사고로 짧은 청춘을 끝맺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냈다. 한일간 젊은이들의 '우정'과 '공감'을 주제로 진정한 사랑과 음악, 한일간 젊은이 문화와 가족관의 차이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다.

일왕 부부가 민간 영화의 시사회에 동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씨가 숨진 이듬해 고인의 부모를 왕궁으로 초청해 위로했으며 시사회 참석에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외교관계자들은 '일본 왕실이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하면서 일왕의 행보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부 요인들이나 우파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도 22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우정의 가교 콘서트 2007'에서 정명훈 씨와 함께 연주하며 양국 우호를 호소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고인을 추모하기위해 만들어진 '엘에스에이치 아시아 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장학생들도 참석해 '한일간의 가교'가 되려 한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 장학회는 고인이 사망한 2001년 가을에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이듬해 고인의 부모가 기부한 1000만 엔으로 설립됐다. 지금까지 일본유학생 28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고인의 어머니 신윤찬 씨는 "사고 직후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싶었는데 많은 분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힘을 얻었다. 영화 제목처럼 모두 수현이를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27일부터 일본 전국 약 200개 영화관에서 개봉된다.

한편 이 씨의 모교인 부산 내성고교에서도 이날 그의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오전 10시 학교 정문 앞 '이수현 비'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고교 총동창회와 학생회, 의인 이수현 정신 선양회, 이수현 장학생과 고인의 동생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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