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런 수법의 사기는 3~4년 전까지 대만 등지에서 유행하다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자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이후 범행 무대가 한국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이들 중국·대만인은 한국의 금융 체계가 중국과 비슷하고 은행계좌나 휴대전화가입이 쉬운 데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재중동포가 많은 점 등에 착안해 한국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환급 사기를 벌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된 중국인들이 위조여권을 이용해 만든 '대포통장' 중에는 계좌 개설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A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통장이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교포가 설립한 A은행은 통장 개설이 다른 은행보다 어려워 계좌를 만들지 못했다고 피의자들이 진술했다"고 전했다.
납치협박 사기 사건으로 관악경찰서에 적발된 피의자들은 "한국은 현금인출기 사용 방법이 중국과 비슷하고 1회 인출 한도가 높아 범행이 용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인 여행객들에게서 '선불폰'(여행 때 사용할 목적으로 미리 3만~5만 원을 주고 구입하는 정량제 휴대전화)을 넘겨받아 다시 충전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인과 대만인들은 환급사기 사건이 알려지면서 위조여권을 이용해 직접 통장을 개설하는 게 어려워지자 한국인을 통해 차명계좌를 만들거나 가짜 납치 협박 사건으로 돌아서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여행사 가이드가 연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 여행객의 증가로 최근 크게 늘어난 재중동포 출신 여행사 가이드들의 명함이 중국 범죄조직에 흘러 들어가 가이드들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것.
중국에 거주하는 재중동포들도 한국에 거짓 전화를 거는 역할을 맡았다.
범행을 주도한 중국·대만인들은 '원격 조종'을 통해 범행하기 때문에 설사 들통나더라도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 환급 사기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붙잡힌 대만인 류모(34 )씨와 린모(33) 씨는 "대만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수법이어서 더 이상 통하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범행을 중국에 본부를 둔 중국·대만인 범죄조직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재중동포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주범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들이 '걸려들면 좋고 실패해도 본전'이란 생각으로 무차별 전화공세를 벌이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전화를 받았지만 신빙성이 없어 그냥 웃어 넘겼다는 시민이 많고 경찰서, 법원 등 어설픈 범행에 속을 리 없는 관공서에도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사칭한 어눌한 말투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계 범죄단체가 점조직 수법으로 범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명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못 하도록 관련 법정을 개정하는 게 필요하지만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일단은 개개인이 거짓 전화에 속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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