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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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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단장 박경서 소장) 고위 관계자는 13일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의 시위로 인한 공사 차질, 이전 비용의 분담 비율 문제 등으로 이전 사업이 2012년 말∼2013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대 시위에 발목 잡힌 미군기지 이전계획=미군기지 이전사업은 그동안 전국민중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통일연대 등 1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의 잇단 시위로 공사에 차질을 빚어 왔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은 평택 미군기지 용지 중 A구역 성토작업을 추진할 시행업체를 지난달 선정했고 9월에는 지역 주민과 사회단체 등의 반발 속에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 등 이전 용지 내 빈집 90여 채를 철거했지만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본격 공사를 위한 측량과 지반조사 작업 등도 계속 연기돼 왔다. 사업단은 다음 주 중으로 철거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3, 4월부터 본격적인 성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중대한 외교적 합의가 주민 시위로 차질을 빚게 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이전 비용=사업단은 총이전비용 중 한국의 부담 비용을 5조 원 정도로 보고 있다. 박 단장은 당초 계획보다 이전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비용 및 시설 책임 분담에 있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심층적인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5조 원은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이전 비용 분담을 놓고 한미 간에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한미군이 최근 제시한 기지 이전 마스터플랜(MP)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의 전술지휘통제(C4I) 체계를 평택기지로 옮기는 데 한국 부담 비용이 2000억∼4000억 원으로 추정돼 비용 분담을 놓고도 한미 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재편에 미칠 영향=기지 이전이 연기되면 해외주둔미군재배치검토(GPR)에 따른 미국의 주한미군 재편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평택기지로 한데 모은 뒤 보다 가볍고 첨단화된 ‘신속기동군’으로 변모시킨다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또 이전계획을 너무 촉박하게 짠 것도 연기의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1, 2년도 아닌 4, 5년씩이나 늦춰지게 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전시작전권의 환수시기를 2012년으로 늦추기 위해 ‘기지 이전 연기’라는 카드를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제공한다면 한국군이 2009년에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현지 반응과 용산 공원화 사업 지연=평택 지역은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과 시민, 상인단체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 김택균 사무국장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여겼던 주민들이 고향 땅을 지키는 데 다시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팽성읍 안정리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앞 상인들은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하다며 당초 계획대로 기지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기지 터 전체를 민족역사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건설교통부와 신경전을 벌여온 서울시는 “용산공원 조성은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완성될 대역사인 만큼 기지 이전 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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