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군 위장침투…고정간첩 국적세탁…KGB가 돌아왔다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루스키 라즈드벳치키(러시아 스파이들)’가 돌아온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전직 직원 살해 사건 배후로 러시아 첩보기관이 의심을 받으면서 이들의 광범위한 활동이 다시 관심을 모은다.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세계를 무대로 서방 첩보기관들과 치열한 첩보전을 펼치던 냉전 시대가 되돌아온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정 간첩’ 침투 시도=캐나다 법원은 4일 정교하게 위조된 출생증명서를 이용해 캐나다 여권을 취득한 러시아 간첩 용의자에게 강제추방 명령을 내렸다. 그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요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세탁해 활동할 계획이었던 것.

지난해에도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요원이 독일인으로 위장해 독일 군에 입대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 첩보기관은 이처럼 세계 각국에 ‘고정 간첩’을 침투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암살 의혹들=국익에 방해가 되거나 크렘린에 대항하는 국내외 인사들을 암살하려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온다. 동원되는 방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씨 살해에 방사능 물질까지 동원됐지만 2004년 9월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 시도 때는 독극물인 다이옥신이 쓰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해 양국 관계가 아직도 불편하다.

독살은 러시아 첩보기관이 예전부터 애용해 온 방법. ‘체첸의 체 게바라’로 불리던 체첸 반군 지휘관 에미르 하타프는 2002년 독이 묻은 편지를 읽다 죽었다. 크렘린의 미움을 산 안나 폴릿콥스카야 기자도 여행 중 항공기 내 음료수를 먹고 독살될 뻔했다. 폴릿콥스카야 기자는 결국 10월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암살 시도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2004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젤림한 얀다르비예프 전 체첸 대통령이 차에 몰래 설치해 둔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카타르 당국은 SVR 요원 2명을 범인으로 체포했으나 러시아 정부의 압력에 따라 이들을 러시아로 돌려보냈다.

▽진상 밝혀질까=영국 수사 당국은 리트비넨코 사건 수사를 위해 모스크바에까지 수사관을 파견했다. 더 타임스는 영국 수사진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을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조차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리트비넨코 씨는 사망 직전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그가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조직에 방사성 물질을 공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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