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남자’ 히틀러…무성비디오 속 입술 모양 분석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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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무성비디오 속에 담긴 아돌프 히틀러(사진)의 말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다. 입술 모양만 보고도 어떤 말을 했는지 재현할 수 있는 최신 자동입술판독기술(ALR)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이번에 판독된 무성비디오테이프는 히틀러의 연인인 에바 브라운이 1936년 생일선물로 받은 카메라로 촬영해 둔 것.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 바이에른 주 산림휴양지 베르크호프 별장에서 발견됐다.

일반에 알려진 히틀러의 모습은 광기 어린 연설 장면이 대부분. 그러나 테이프에는 평온한 상태에서 미소를 띠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어 그 내용이 관심사였지만 지금까지는 그 내용을 살릴 기술이 없어 문서보관소에 방치돼 있었다.

이번에 해독된 내용은 히틀러의 유머감각과 취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어젯밤에 본 영화가 맘에 안 든다는 것을 알고 있소. 뭘 원하는지도. 당신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길’ 원하고 있지.”(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나온 건 1939년이었다.)

“나 같은 늙은이를 왜 찍어. 내가 당신을 찍어야지.”

화를 내는 대목도 나온다. “당신은 드레스가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만, 내가 골치 아파하는 문제를 좀 생각해 봐.”

이 비디오에는 히틀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용감한 소년이 돼라. 그러면 나중에 훌륭한 군인이 된다”고 말하는 모습도, 자기도 ‘미키 마우스’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측근을 욕하는 장면도 많다.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고고학 발굴에 집착하는 친위대장 힘러도 히틀러의 조소 대상이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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