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야스쿠니 신사 문제로 전몰자묘원 참배

  • 입력 2006년 11월 16일 16시 55분


코멘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75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무명용사 추도시설인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참배할 계획이었으나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가 걸림돌이 돼 포기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영국발로 16일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14일 공개한 외교기밀문서에서 밝혀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쇼와(昭和) 일왕의 영국 방문(1971년)에 답방으로 1975년 5월7일부터 6일간 일본을 찾았다. 당시 여왕은 방일 이틀째인 5월8일 지도리가후치 묘원을 찾아 헌화할 계획이었다.

영국 측이 실무협의 때 제2차 세계대전의 영국군 포로가 묻힌 영국연방전몰자묘지(요코하마)를 찾겠다고 하자 일본 측이 쇼와 일왕이 영국의 무명용사 묘지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했으니 '형평을 맞춰 달라'며 전몰자 묘원 방문을 요청했기 때문.

영국 측은 이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 측은 2월 후반 들어 "지도리가후치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영국 측도 당초 계획대로 영국연방전몰자묘지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이 묘역이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까봐 경계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의 국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영국은 일본 내 정치문제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문은 영국여왕의 첫 방일은 일본이 외국 원수들의 전사자 추도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숙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