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아베는 영어를 좋아해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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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게이트웨이(관문) 전략회의, 신(新)건강 프런티어(첨단 분야) 전략현인회의, 이노베이션(혁신) 25 전략회의, 재(再)챌린지(도전) 추진회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정부와 여당 안에 외래어(또는 외국어) 간판을 단 회의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정치는 패밀리 레스토랑(가족 취향의 외식전문점)”이라는 풍자까지 나온다.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에 스테이크(고기), 라이스(밥), 디저트, 커피 등 외래어가 즐비한 데 빗댄 것이다.

9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외래어 간판을 단 회의체의 난립은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취향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베 총리는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보다 4배나 많은 109개의 외래어를 사용했다. ‘양육에 프렌들리(우호적인)한 사회’, ‘프라이머리 밸런스(기초수지)’, ‘텔레워크(재택근무)’ 등 일반인이 뜻을 금방 알기 어려운 표현도 적지 않았다.

외래어 사용을 별다른 금기로 여기지 않는 일본에서 아베 총리의 외래어 선호가 유독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그가 전통이나 애국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정치인이기 때문. 일본 고유의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외래어를 남용하는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외래어를 싫어해 여러 일화를 남겼다는 점도 아베 총리의 외래어 선호를 더욱 눈에 띄게 만든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외래어를 연발하는 각료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으며 후생상 재임 시절에는 위원회를 만들어 외래어 추방에 나서기도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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