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육 ‘옐로 카드’…고교 289곳 파행수업 들통 유급위기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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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의 파행수업, 집단괴롭힘(이지메), 권위주의 등 일본 교육의 어두운 곳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애국 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기본법 개정을 최대 정권공약으로 앞세워 추진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기본 가치관부터 흔들리는 형편이다.》

▽파행수업 문제=10월 24일 도야마(富山) 현 다카오카미나미(高岡南)고교 3학년생 전원이 세계사 등 필수과목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며 학교 측이 마음대로 수업시간을 줄인 것.

이 고교뿐만 아니었다. 문부과학성이 전국 공립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89개교 4만7094명이 졸업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필수과목 수업을 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타마(埼玉) 현의 한 고교는 호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세계 역사를 접했다”며 세계사 수업을 한 것으로 변칙 처리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일본 정부는 집단유급사태를 막기 위해 70시간 동안 보충수업을 실시하면 졸업을 인정해 주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필수과목 수업 일수 부족으로 문제가 된 이바라키(茨城) 현 사타케(佐竹)고교 교장(58)이 10월 30일 산속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육 현장의 동요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지메와 권위주의=후쿠오카(福岡) 현 미와(三輪)중학교 2학년생 자살사건(본보 10월 18일자 A21면)에 이어 23일에는 기후(岐阜) 현의 미즈나미(瑞浪)시립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초 학교 측은 이지메와는 무관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여학생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이지메를 당했다는 증언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자 교장 등이 31일 직접 학부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교무실 내의 권위주의도 불행을 불렀다. 9월 6일 지바(千葉) 현 지바시립중학교에서 교장에게 질책을 당한 교사(50)가 육교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 것.

유족은 “고인이 교장에게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모욕을 당했다”며 10월 29일 공무상 재해 인정 신청을 내는 등 파문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불상사가 줄을 잇자 야당인 민주당은 “교육기본법을 바꾸기 전에 현실 문제부터 해결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교육기본법 개정은 오래된 꿈이자 자민당 창당 이래 비원(悲願)이었다”며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최근 잇따른 일본 교육현장의 불상사와 파행
날짜내용
9월 6일교장의 질책을 받은 지바 현 지바시립중 교사 자살
10월 11일집단괴롭힘에 시달리던 후쿠오카 현 미와중 2학년 남학생 자살
23일집단괴롭힘에 시달리던 기후 현 미즈나미시립중 2학년 여학생 자살
24일도야마 현 다카오카미나미고 필수과목 이수 부족 사실 발각
29일문부과학상, 국회에 “필수과목 이수 부족 공립고 289개교” 보고
30일필수과목 이수 부족으로 고민하던 이바라키 현 사타케고 교장 자살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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