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종매춘, 하루면 ‘미국의 밤’ 물들여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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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발된 신종 매춘 수법은 곧바로 미국에 ‘수출’됩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한 한국인 대리운전사는 이런 말과 함께 최근 미국에서 성행하는 한국인 성매매 업소의 형태로 ‘방석집’을 꼽았다.

옛날 한국의 요정 같은 것이냐고 묻자 “성매매 특별법 이후 서울 주택가로 침투한 ‘재택 성매매’와 흡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주택가에 방을 얻어 놓고 은밀히 손님에게 간단한 술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한인 성매매 업소들이 양적, 질적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

주미 한국대사관의 자료에 따르면 한인 성매매 업소는 ‘방석집’ 외에도 ‘마사지 팔러’ 등의 간판을 내걸고 위장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업소의 90% 이상은 한국인이 주인이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미 민간단체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 일대에만 85곳의 마사지 팔러가 영업 중이다. 이 단체는 미국 내에 최소한 1000여 개의 한인 매춘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티머시 림 교수는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한인 여성이 매월 400∼500명에 이르며, 이 중 절반가량이 매춘을 하고 있다’는 미 정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한인 성매매 종사자가 5000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역적으로도 미 동부, 서부를 가리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교민 김모(54) 씨는 “한인타운 근처 공중전화 부스에 가면 한인 여성의 전화번호가 적힌 전단지가 널려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한 보고서에서 “로스앤젤레스의 불법 성매매 종사 한인 여성이 200∼300명에 이르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까지 합치면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특별법 이후 갈 곳이 없어진 여성들이 ‘미국에 가면 한 달에 2000만∼3000만 원은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카페나 주변 사람들의 유혹에 빠져 온다”며 “대부분 미 서부지역에서 성매매를 하다 동부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 수사당국은 근본적으로 한인 성매매를 인신매매 및 인권유린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업주와 모집 알선 운송 자금책으로 조직화되고 있으며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최근 이민세관국(ICE)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한국인 성매매의 실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있는 모집책이 가족의 부양을 원하는 여성을 모집해 여비 및 제반 비용 마련해 줌→가짜 여권과 비자를 만들어 주거나 캐나다, 멕시코 국경을 통한 밀입국 알선→한국 여성들은 이 과정에서 수만 달러의 큰 빚을 지게 됨→수송책 및 업주의 감시를 받으며 성매매에 종사→업주 감시 하에 여권을 빼앗긴 채 수입은 빚 청산에 쓰이고, 도주를 시도하면 불법 체류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때로는 한국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받는다.”

그러나 본보가 인터뷰한 성매매 여성들은 “여권을 빼앗긴다거나 감금을 당하는 것은 미국에 오는 비용 전체를 빚진 경우에만 해당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들 여성은 “방석집 고객은 한국인이 많지만 마사지 팔러 같은 업소는 고객의 95%가량이 현지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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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권태면 워싱턴 총영사

美 ‘성매매 조직’과 전쟁중…헛된 유혹에 빠져선 안돼

“한국인 성매매 조직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단속 의지는 전에 없이 강력합니다. 지방경찰 차원을 넘어 연방수사국(FBI) 이민세관국(ICE) 국세청 등 연방기관이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주미 대사관도 차제에 한인 성매매 근절을 위한 근본적이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펼 것입니다.”

미국 FBI와 ICE가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편 8월 15일 직후부터 권태면(50·사진) 워싱턴 총영사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동포 사회를 돌아다니며 한인 성매매 근절에 협력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일이 워싱턴 총영사관의 책임은 아니지만 성매매 문제가 재미동포 커뮤니티 전체의 명예는 물론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과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실제로 총영사와 지역 교민 대표들의 간담회에 참석해 보니 교민들이 이 문제 때문에 겪고 있는 정신적 상처와 걱정은 심각했다.

“근본적인 대책은 한국과 제3국, 미국 내의 밀입국 알선책과 업주, 운반책 등 조직을 뿌리 뽑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 수사기관에도 미국 측이 파악한 한국 내 알선책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전달해 긴밀한 국제공조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권 총영사는 “성매매 여성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에 가면 한 달에 몇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헛된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9·11테러 이후 미국에 밀입국하거나 불법체류하다 적발될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앨버커키 수용소 멘도자 국장

최장 6개월 구금 각오해야…추방 판결땐 ‘빈손’ 쫓겨나

“미국에서 성매매 같은 불법행위는 물론 불법체류만 해도 6개월까지 합법적으로 구금됩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지요. 어차피 미국에 못 있게 된 것이니 하루빨리 추방당하거나 출국하고 싶겠지만 행정 절차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닙니다.”

미국 국토안보부 앨버커키 수용소의 호메로 멘도자(사진) 구금·추방 담당 국장은 “불법체류자 및 추방대기자는 평균 3∼4개월씩 구금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총영사관의 교민 담당 영사들이 빨리 와서 노력하니까 그나마 빨리 추방될 수 있지만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6개월을 다 채우고도 행정 절차가 안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미 국토안보부가 추방하는 한국인은 매년 300∼400명에 달한다. 강제추방 판결을 받은 경우엔 손가방 하나를 제외하고는 짐도 가져갈 수 없다. 비행기표는 미 당국이 임의로 구입한 뒤 추방당한 사람에게 요금을 청구한다.

현재 앨버커키 수용소에는 80여 개 민족 출신 600여 명이 수용돼 있다. 불법체류 혐의 수용자들은 일반 죄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나 모든 불법체류자가 이곳에만 구금되는 것은 아니다. 멘도자 국장은 “다른 수용소에 비하면 여기는 바캉스를 온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 정부는 밀입국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설마 잡히겠어’ 하는 생각으로 밀입국했다간 몇 개월씩 구금 생활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앨버커키(뉴멕시코 주)=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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