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땅? 이젠 옛말! 칭짱철도 타고 티베트를 가다

  • 입력 2006년 9월 1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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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티베트의 상징이자 1959년 달라이 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 집무실이었던 포탈라궁(또는 부다라궁). 14일 오후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관광객들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라싸=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중국 티베트의 상징이자 1959년 달라이 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 집무실이었던 포탈라궁(또는 부다라궁). 14일 오후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관광객들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라싸=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하늘 길(천로)'로 불리는 칭짱(청장)철도가 개통된 지 2개월 남짓, 티베트는 더 이상 '은둔의 땅'이 아니다. 명승고적마다 관광객이 넘치고 곳곳엔 건축 열기가 뜨겁다. 시내엔 영문간판이 속속 내걸리고 점원은 서툰 외국어로 손님을 맞는다. 한편에선 경제적 도약을 기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전통문화의 파괴와 경쟁의 심화를 우려한다. '독립'이라는 단어는 이곳에서 그 자체로 금기다.

동아일보 하종대 베이징(북경) 특파원이 칭짱철도 개통 이후 처음으로 중국 외교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11일부터 7일간 티베트 변화의 현장을 현지 취재했다.>>

▽넘치는 관광객, 즐거운 비명=13일 오전 시짱(西藏) 자치구의 성도 라싸(拉薩) 시 심장부에 위치한 부다라(布達拉·티벳어 포탈라)궁 앞.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내일 표를 예약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루 1000여명 정도이던 관광객이 칭짱철도 개통 후 갑자기 하루 3000여명으로 늘어나자 부다라궁 관리처가 하루 입장객을 160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단 매일 1000여 명에 이르는 현지 장족 농목민은 얼마든지 입장이 가능하다.

'칭짱철도 개통 2개월 티베트를 가다' 사진 더보기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부다라궁 관리처 바이마취단(白馬曲丹) 부처장은 설명했다.

시내의 다자오쓰(大昭寺) 사원이건 라싸에서 190km가량 떨어진 나무추(納木操) 호수건 명승고적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관과 호텔은 즐거운 비명이다. 종전 380위안(약 4만5600원)이던 3성급 호텔 하루 방값은 580위안으로 50% 이상 껑충 뛰었다. 라싸 호텔 일반실은 하루 숙박비가 100달러가 넘지만 2, 3일 전 예약하지 않으면 잡기 어렵다. 당일엔 1360위안짜리 스위트룸도 잡기 어렵다.

지난해만 해도 300~400위안에 불과했던 택시 운전사의 하루 수입도 철도 개통 이후 500~600위안으로 크게 늘었다.

▽오염되는 티베트 문화='하늘 길'을 타고 사람과 물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티베트의 고유문화와 전통이 급격히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다.

13일 오후 다자오쓰 사원 앞. 티베트를 처음 통일해 토번(吐蕃·투판)왕국을 세운 송첸캄포(松贊干布·송찬간부)가 네팔에서 온 아내 츠준(尺尊)공주를 위해 만든 이 사원은 항상 참배객들로 붐빈다.

사지와 머리를 한꺼번에 땅바닥에 대고 절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는 가장 성스러운 참배 행위. 5월 라싸에서 463km 떨어진 나취(那曲)지구 안둬(安多) 현에서 출발해 최근 도착했다는 푸부츠런(普布次仁·20) 씨는 "오체투지는 가문의 전통"이라며 타이어를 잘라 만든 신발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정말 불심이 깊구나'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그가 손을 내밀었다. 사진을 찍었으니 촬영비를 달라는 것이다.

거리엔 앵벌이를 직업으로 삼는 가짜 라마(승려라는 뜻)들이 적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로 부적을 사라고 강요하거나 무조건 돈을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사원 내부의 창문엔 돈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승려들은 신도들이 바친 돈을 세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 들어 관광객과 외지인이 늘면서 티베트에 스며든 황금만능주의의 그늘이다.

이탈리아 남성복 '레이체'를 비롯해 외국상표가 들어오면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상점의 영문 간판도 속속 늘고 있다.

티베트의 전통도 변하고 있다. 밤에 별빛을 받으며 온 가족이 강가에서 몸을 씻는 무위제(沐浴節) 풍습은 최근 야간 범죄가 늘면서 낮에 하거나 목욕탕에 가는 것으로 대체됐다.

오지산간에 가더라도 말이나 수레를 타고 다니던 유목민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토바이와 경운기, 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늘 길' 기대와 우려=7월 1일 칭짱철도가 개통된 뒤 2개월 동안 시짱 자치구의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최소 40% 이상 늘었다.

1km에 t당 0.5~0.6위안(약 60~72원)이던 화물운송비도 0.1위안으로 80% 이상 내려갔다. 운송비 때문에 외지에 내다 팔기 어려웠던 티베트 특산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셈이다. 잠재 가치 1조 위안(약 120조 원)에 이르는 티베트 자원 개발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칭짱철도 개통 2개월 티베트를 가다' 사진 더보기

올해 라싸 시엔 처음으로 출퇴근 시간에 정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룸살롱, 마사지 업소 등 유흥업소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짱 자치구 인민정부 니마츠런(尼瑪次仁) 부주석은 "관광업이 다른 산업의 발전을 유발하는 '산업태동률'은 1대 4~5에 이른다"며 칭짱철도가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족간 갈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짱대학 티베트어 교육과 라무(拉姆·20) 씨는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일자리를 얻는 게 더욱 어렵게 되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낙후된 티베트에 외지인이 몰려오면 장족이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2.8%에 불과하던 티베트의 한족 비율은 6년만인 2000년 5.9%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장족 인사는 "티베트에서 장족이 92.2%를 점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못사는 농목민이고 잘 사는 사람들은 거의 한족이거나 회족"이라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여행 주의사항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는 평균 해발고도가 4000m에 이른다. 해발 3658m인 라싸의 산소 밀도는 평지의 62.6~64.4%에 불과해 무작정 여행에 나섰다가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칭짱 열차를 타려면 건강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 스스로 체크하는 것이지 병원이 발급하는 건강진단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출발하기 2, 3일 전부터는 산소의 흡수율을 높여주는 고산증 예방약을 미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칭짱 열차 내에서는 2명의 의사가 항상 대기 중이다. 열차가 해발 2829m인 커얼무(格爾木)를 지나면 산소가 객실 내에 자동으로 공급된다.

현지에 도착하면 고산증 증상이 없더라도 목욕을 하거나 뛰는 등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칭짱철도 개통 2개월 티베트를 가다' 사진 더보기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식욕이 없고 메스꺼울 땐 반드시 산소를 사서 마시고 쉬어야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곧바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특히 고원에서 감기에 걸리면 폐수종으로 이어져 사망하는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라싸=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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