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강국 러시아가 에너지난?…수출 신경쓰다 내수용 부족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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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와 석유 생산량은 세계 수위권, 내수용 에너지는 전과 다름없이 부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던 지난달 20일. 아나톨리 추바이스 러시아 국영 통합전력시스템(UES) 사장이 대통령을 찾아 에너지 부족 문제를 긴급 보고했다.

대통령 면담을 끝낸 추바이스 사장은 “올겨울에도 영하 25도 미만의 강추위가 며칠간 계속되면 전력 공급 중단 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겨울철 전력공급 부족은 UES의 낡은 시스템 탓”이라며 추바이스 사장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도 이번에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루시코프 시장은 “올겨울 난방용 에너지가 20% 부족할 수 있다”며 혹한기에 전력 소모가 적은 전기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력 공급 스위치를 내리겠다고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지난해 5월 모스크바 시 남부 지역의 송전소에 화재가 발생하자 1주일가량 사무실 밀집 지역에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일부 회사는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천연가스가 풍부한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가스와 물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왔다. 그렇지만 여기에 의존한 에너지 공급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석유와 가스 수출에 급급한 나머지 에너지 생산 및 사용 효율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에 전력 부족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증설론도 고개를 내밀었다. 세르게이 키리엔코 러시아 원자력청장은 10일 “연간 5%의 에너지 소비 증가를 감안할 때 원자력 에너지는 불가피한 대안”이라며 “앞으로 9개의 핵발전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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