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에 당한 ‘악어 사냥꾼’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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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7m가 넘는 악어를 뒤에서 안고 포즈를 취한 ‘악어 사냥꾼’ 스티브 어윈 씨. 왼쪽은 미국인 부인 테리 씨. AP 자료사진
1999년 2.7m가 넘는 악어를 뒤에서 안고 포즈를 취한 ‘악어 사냥꾼’ 스티브 어윈 씨. 왼쪽은 미국인 부인 테리 씨. AP 자료사진
‘악어 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호주의 야생동물 보호운동가 스티브 어윈(44) 씨가 4일 해양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꼬리에 맹독이 들어 있는 노랑가오리를 수중 촬영하다 가오리의 꼬리 가시에 찔려 숨졌다.

외신들은 어윈 씨가 이날 오전 11시쯤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 주 연안에 있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중 가오리에게 가슴을 찔렸으며, 바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진 뒤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에 숨졌다고 전했다.

어윈 씨는 1992년 동물 다큐멘터리 채널인 애니멀 플래닛의 TV 프로그램 ‘악어 사냥꾼’에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물의 생태를 보여 주는 사냥꾼으로 출연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 발탁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는 카키색 반바지에 부츠 차림으로 악어 가까이에서 맴돌며 가끔 악어 등에 올라타는 묘기를 선보였다. 느린 호주 억양으로 끊임없이 지껄이는 말투로도 유명했다.

호주를 세계에 알리는 각종 포스터와 홍보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였던 어윈 씨는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호주 방문 때 존 하워드 총리가 주최한 바비큐 파티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친 행동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4년 동물원 우리에 들어가 1개월 된 아들을 한 팔에 든 채 다른 팔로 악어에게 밥을 먹이는 해프닝을 벌였다가 전 세계의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남극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펭귄과 바다표범, 혹등고래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고 당시 그의 배에 타고 있던 동료 존 스테인턴 씨는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일을 하다 매우 행복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가오리에 찔려 사망한 ‘악어사냥꾼’ 스티브 어윈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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