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많지… 해고 위험 적지…미국도 “공무원이 최고야”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미국 수도 워싱턴 근교는 부자 동네다. 주민 한 명당 연간 소득이 4만6782달러. 미국 360개 중대형 도시 중 4번째로 높다. 비결은? 연방공무원이 많기 때문. 미 연방공무원 180만 명 중 25만 명이 이곳에 몰려 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미국 연방공무원들이 ‘클럽 페드(Club Fed)’로 불린다고 전했다. ‘연방공무원 클럽(Club of Federal Employees)’의 줄임말이다. 돈 많이 받고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는 낮으며 잘릴 위험이 적은 ‘안락한’ 직장이라는 점에서 세계적 관광 프로그램 ‘클럽 메드(Club Med)’에 빗댄 것이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00∼2005년 연방공무원의 임금 상승률은 38%로 사기업 근로자(1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 기간에 연방 공무원만큼 가파르게 임금이 오른 사기업은 고유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석유·에너지 분야밖에 없다.

지난해 기본급 상여금을 포함한 연방공무원의 평균 급여는 10만6579달러.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기업 근로자가 번 돈 5만3289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2배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카토(CATO)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50년 사기업 근로자가 1달러를 벌 때 연방공무원은 1.19달러를 벌었다. 1990년에야 1 대 1.5로 차이가 벌어지더니 2005년에는 1 대 2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연방공무원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는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는 비율이 낮은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의 자발적 퇴직률은 사기업 근로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연방공무원 취직 열풍은 마치 뉴욕 맨해튼에서 아파트를 차지하려는 경쟁과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해고도 쉽지 않다. 매년 5000명당 1명 정도만이 자리에서 쫓겨날 뿐이다. 카토연구소의 크리스 에드워즈 연구원은 “정부기관 공무원은 해고됐을 경우 각종 차별을 내세워 무효 소송을 벌이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연방공무원이 ‘철밥통’ 수준의 직업 안정도를 가지게 된 데는 공무원 노조의 세력 확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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