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여객기10대 공중폭파 기도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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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공격에 버금가는 동시다발 여객기 테러 음모가 적발됐다.

영국 경찰청은 영국발 미국행 여객기에 폭발물을 설치해 공중에서 폭파하려던 테러 용의자들을 사전에 검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행 비행기를 겨냥해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 살상을 노린 테러 기도가 적발됨에 따라 즉각 민간항공기 테러경보를 최고 수위로 상향 조정했다.

영국 경찰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9일 밤부터 10일 새벽(현지 시간) 사이 전자제품이나 음료수로 위장한 폭발물을 기내에 반입해 공중에서 폭파하려던 21명의 테러 용의자를 검거했다”며 “영국발 미국행 여객기들이 테러의 ‘특별한’ 목표물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처토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영국∼미국 노선 여객기를 노린 공중 폭파 테러 음모는 알 카에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며 단정적인 결론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찰 관계자는 주로 파키스탄 출신인 이슬람계 영국인 21명을 런던과 버밍엄, 하이와이콤 등지에서 체포했으며, 추가로 더 많은 용의자를 체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기내로 반입하려던 폭발물질은 정교하고 폭발력이 매우 강한 ‘액체 화학물질’이며, 테러 용의자들은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콘티넨털항공 등 미국 3개 항공사를 겨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BC방송은 “10대의 여객기가 테러 목표물이었으며 폭발 장치를 기내 소지품으로 밀반입해 여객기를 폭파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테러범들이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5개 도시로 향하는 항공기를 노렸다고 미국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는 테러경보를 최고 수위인 ‘중대 상황(critical)’으로 격상하고 공항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런던 히스로 공항 등 영국 내 모든 공항은 10일 이미 비행 중인 항공기와 장거리 국제선을 제외하고 4시간 이내의 모든 단거리 노선 여객기의 이착륙을 금지했다.

미국은 이날 영국발 미국행 여객기의 테러경보를 처음으로 최고 수위인 ‘적색’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또 미국으로 향하는 다른 모든 항공기에 대한 위협 수준도 ‘오렌지색’으로 격상시켰다.

테러경보 격상으로 영국 파운드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파운드화 가치는 런던에서 9일 오후 1.9086달러에서 10일 오전 1.9009달러로 떨어졌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67.52펜스에서 67.64펜스로 급락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이후 가장 큰 하락세다.

한편 10일 런던 도착 예정으로 인천공항을 떠난 아시아나항공 021편은 10시간 이상 장거리 국제노선 비행기에 대해서는 착륙을 허가한 영국 공항 당국의 조치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반(현지 시간) 히스로 공항에 착륙했다.

인천공항 보안 당국은 10일 오후 6시를 기해 보안단계를 ‘그린’에서 ‘블루’로 한 단계 강화했으며 특히 영국발 항공기와 영국행 항공기, 미국행 항공기에 대한 기내 보안을 강화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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