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다르고 속다른’ 평화유지군 파병…자국 군대 파견 소극적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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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유지군 카드를 일단 꺼내 들기는 했는데….’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충돌 해법으로 제시된 평화유지군 파병을 놓고 국제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주요국들이 평화유지군을 통한 대응에 겉으로는 찬성하고 있지만 자국 군대 파병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급부상한 평화유지군 논의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이스라엘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23일 유럽과 아랍 국가들로 구성된 다국적군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평화유지군에 동의했다.

레바논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4일 남부 레바논에 국제평화유지군 배치, 이스라엘 국경 30km까지의 완충지대에서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양국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제시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도 평화유지군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레바논 사태를 해결하려면 1만∼2만 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안은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유럽-아랍 국가 간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25일 뉴욕타임스와 유럽 언론매체들은 이들 국가가 말만 꺼내 놓았을 뿐 실제적인 병력 투입은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국 군대를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상태. NATO 중심의 평화유지군이 논의되는 상태에서 핵심 국가인 미국이 발을 빼면 파병 추진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독일은 헤즈볼라가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 한 자국 군대 투입에 반대한다는 견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정부 차원의 모든 지원을 하겠지만 독일군을 파견하는 것은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비판해 온 프랑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영국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이미 군대를 파병한 상태에서 추가 파병은 어렵다”는 점을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평화유지군 파병은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으로 비쳐 헤즈볼라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프랑스의 경우 과거 중동에 파병했다가 인명피해가 컸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1983년 이스라엘과 전쟁 중이던 레바논에 군대를 파견했다가 헤즈볼라의 자살폭탄 테러로 56명의 자국 군인을 한꺼번에 잃고 쓰라린 후퇴를 해야 했다.

NATO 관계자는 “연합군의 파병 가능성이나 형태, 구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실제 군대를 파병할 나라가 한 곳이라도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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