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앙숙 NYT’와 전면전 시동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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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 정부가 테러범 금융거래를 비밀리에 조사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의 정당성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 참석해 사흘 연속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뉴욕타임스를 공격했다. 그는 “테러범의 자금 흐름을 검색하는 것은 중요한 (미국 방어) 수단”이라며 “언론에 이를 유출한 정보원, 이를 보도한 언론은 변명거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문사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과 악연을 쌓아온 뉴욕타임스 이야기였다. 이어 지지자들은 장시간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공화당은 이 기사 외에 뉴욕타임스가 비밀로 분류된 정보를 인용해 “부시 행정부가 (대통령 특권을 활용해) 영장 없이 국제전화를 도청했다”고 폭로한 기사와 관련해서도 신문사 측과 대립하고 있다.

공화당은 “금융전산망 계좌조사를 통해 테러범의 자금을 차단하고 테러범을 검거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언론사가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표했다. 예상과 달리 뉴욕타임스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은 담지 않았다.

하지만 집권당이 특정 기사를 문제 삼아 언론을 상대로 규탄성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중론. 하원 전체회의는 이 결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공화당이 다수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소속의 J D 헤이워스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의회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서한을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8일자에서 ‘애국심과 언론’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공화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기사는 이미 공개된 정보를 이용했고, 보도를 자제할 중대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테러 방지를 이유로 갈수록 힘을 키워가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는 언론의 고유 영역”이라는 논지다. ‘영장 없는 감청’ 기사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1년 이상 보도를 늦췄을 정도로 안보에 미칠 민감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보도로 미 정부의 테러 방지 노력이 약화될지에 관해 공방전을 펼쳤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인 유럽의 금융기관이 미국에 앞으로 덜 협조할 것이고 △핵심정보가 언론에 자주 유출되면 외국 정부와의 정보 공유가 차질을 빚을 것이며 △테러조직이 공개된 금융채널 대신 현금 사용 등 제3의 방법을 선택하게 돼 이들을 색출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유를 댔다.

반면 “테러범은 이미 미국의 금융추적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추적보도 때문에 현금을 선호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테러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29일 “부시 행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추적으로 테러예방에 성공해 왔다’며 스스로 금융추적 사실을 공개해 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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