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 14년만에 첫 파산…유바리市 재정파탄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유바리(夕張)영화제로 유명한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 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파산 선언을 하면서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유바리 시 사례는 앞으로 닥칠 지자체 파산 도미노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시의회에 출석한 고토 겐지(後藤健二) 시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력으로는 재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정재건단체 신청(지자체 파산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때 광산이 24개에 이를 만큼 번영을 누려 온 유바리 시는 1990년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급속히 쇠퇴의 길을 걸었다.

더구나 전임 시장이 영화제 등 관광사업에 무모하게 투자하면서 누적 부채가 600억 엔이나 쌓였다. 인구가 1만3000명인 유바리 시로서는 수십 년이 걸려도 갚기 힘든 규모.

하지만 유바리 시가 금융기관 일시차입금을 이용해 장부상 빚을 줄이고 적자를 흑자로 분식해 왔기 때문에 시민들은 이런 사정을 까맣게 몰랐다.

사정에 어둡기는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총무성은 부랴부랴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에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의 금융기관 일시차입금 실태를 파악하라고 요청했다.

조사 결과 지자체의 재정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 수입에서 차입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으면 재정재건단체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2004년 현재 이 비율이 20%를 넘는 곳만도 13곳에 이른다.

여기에는 속하지 않지만 스스로 재정위기 선언을 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자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홋카이도는 “재정재건단체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반 행정직원을 19.4% 줄이기로 했다.

대도시권인 오사카(大阪) 부 모리구치(守口) 시는 2004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직원 급여 삭감과 복지예산 감축을 통해 적자 탈출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자체에 대한 교부금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제로에 가까웠던 금리마저 ‘인상 초읽기’에 들어가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일본 지자체의 빚은 2004년 말 현재 200조 엔을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2조 엔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한 제3섹터, 이른바 반관반민(半官半民)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대형 파산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제3섹터 대형 도산 사례
연월제3섹터사업 내용총부채(억 엔)
1998년 10월이즈미사노 코스모폴리스지역 개발607
1999년 9월도마코마이토부 개발공업단지 개발1423
2000년 9월무쓰오가와라 개발공업용지 개발1852
2001년 2월휘닉스리조트리조트 운영2752
2002년 10월이시카리 개발부동산 개발651
2003년 2월하우스텐보스테마파크 운영2289
2005년 3월도쿄패션타운빌딩 임대·관리898
타임24빌딩 임대·관리497
2005년 4월린쿠게이트타워 빌딩빌딩 임대·관리463
2005년 10월오사카돔야구장588
자료:데이코쿠데이터 등

▼日정부 “재정악화 지자체 국가가 나서 구하자”▼

지방자치단체 파산 도미노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 안에서 새로운 파산법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파산법제는 제3자 기관이 먼저 시정권고를 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 지자체는 파산시켜 국가가 관리감독하면서 재정재건을 추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행 재정재건단체 제도로는 지자체가 거액의 부채를 안고 파산하는 사태를 미연에 막기 어렵다고 보고 이를 검토해 왔다. 재정재건단체 신청은 일정 요건이 되면 지자체가 스스로 판단해서 하도록 돼 있으나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1992년 재정재건단체로 지정된 후쿠오카(福岡) 현 아카이케(赤池) 정의 사례를 보면 잘 나타난다.

아카이케 정은 직원 130명 중 10%를 조기퇴직 형식으로 감원하고 나머지 직원의 시간외수당을 삭감했다. 예산이 없어 간단한 도로공사나 풀베기 작업은 직원들이 해야 했다. 수입 증대에 노력하다 보니 지자체 측이 운영해 온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4년간 20%나 올랐고 다른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됐다.

아카이케 정은 2000년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은 지 30년이 넘은 공공시설물이 보수되지 않고 방치돼 있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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