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부시’ 어느 쪽이 진짜?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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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인사태풍서 나만 살아남았다”

부시, 기자단 만찬서 코미디연기로 폭소 만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9일 연례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참석자들을 웃기면서 잠시 여유를 즐겼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여러분, 나는 오늘 밤 기분이 좋습니다. 대대적인 백악관 인사에서 살아남았거든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최근 단행된 백악관 비서실 개편을 빗댄 얘기였다.

부시 대통령과 함께 코미디언 스티브 브리지스 씨가 연단에 올랐다. 부시 대통령과 얼굴은 물론 말소리까지 닮은 브리지스 씨는 텍사스의 비음 섞인 억양으로 대통령을 흉내 냈다.

부시 대통령이 정중하고 우호적인 어법을 구사하면 브리지스 씨는 이를 대통령의 진짜 속마음으로 바꾸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언론은 내가 말한 것을 전하는 게 아니라 나를 당황하게 하려는 식이죠.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코 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지요.” 미국 언론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불편한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브리지스 씨가 딕 체니 부통령의 ‘오발 사냥 사건’을 풍자하자 중간에 끼어들어 “딕은 좋은 사람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또 브리지스 씨의 요청에 따라 발음하기 어려운 말들을 따라하면서 ‘핵확산(nuclear proliferation)’을 더듬으면서 발음하는가 하면, ‘(의회) 회기 중 접촉(intersessional contacts)’도 ‘이성 간의 행동(intersexual conduct)’으로 들리도록 발음해 폭소를 자아냈다. 로비스트들의 의회 회기 중 의원 접촉을 그렇게 말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인사말 말미에 “대통령으로서 남을 웃길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으나 끝은 “신은 우리의 군대, 자유의 존재 의의, 미국에 축복을 내릴 것”이라는 엄숙한 투로 마무리했다.

히스패닉 경계

스페인어 國歌는 안돼…美시민은 영어 배워야

최근 미국에서 ‘스페인어로 국가(國歌) 부르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시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배워야 하고,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된 국가를 부르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스페인어판 국가는 영국의 음악 제작자와 유명 가수들이 동참해 만든 것으로 일명 ‘이민자의 권리를 위한 국가’로도 불린다. 마이애미 등 히스패닉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라디오를 통해 이미 널리 전파된 스페인어판 국가는 1일 노동절을 맞아 최대 규모로 예정된 이민자 총파업 시위 현장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문제는 언어나 리듬뿐 아니라 일부 가사의 내용까지 바뀌어 불린다는 점. 이를 두고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 동화를 거부하는 느낌을 준다는 비판론과 흥겹게 부른다면 어떤 나라 말로 부르든 미국 국가라고 생각한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고유가로 폭리를 챙긴 정유사들에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주장에도 반대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UAE는 포용

군수업체 미군납품 승인…‘항만운영권’이어 또 파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아랍에미리트의 군수업체를 승인해 두바이포트월드(DPW) 파문에 이어 또 다른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재무부 산하 대외투자위원회(CFIUS)와 국방부의 권고를 수용해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DIC)의 미군 군납 승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DIC는 아랍에미리트 국영사인 두바이 홀딩의 계열사로 지난해 12월 7억 파운드(약 1조1898억 원)를 들여 영국의 돈카스터스 그룹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엔지니어링 업체인 돈카스터스는 미국 내 9개의 군수공장을 갖고 있는 로스 캐더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미국 항만 6곳의 운영권을 사들이기로 했다가 미 의회와 여론의 강력한 반대로 포기한 DPW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은 “승인이 신중하게 결정됐으며 항만 운영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제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당의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은 “아랍에미리트 업체에 민감한 산업분야의 부품 조달을 맡도록 한 것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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