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錢爭’… 美 억만장자 일가의 추락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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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했던 가족이…1998년 재산 싸움이 일어나기 전 단란했던 도너번 일가.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사람이 존 도너번 사장, 오른쪽은 세 번째 부인 린다. 장남 제임스는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제공=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단란했던 가족이…
1998년 재산 싸움이 일어나기 전 단란했던 도너번 일가.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사람이 존 도너번 사장, 오른쪽은 세 번째 부인 린다. 장남 제임스는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제공=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미국 보스턴의 한 억만장자 일가의 재산 싸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케네디 일가를 꿈꾼 엘리트 가문의 몰락”이라며 증오와 탐욕에 얽힌 이들의 싸움을 연일 대서 특필하고 있다.

보스턴의 유명 컨설팅회사인 CEE사의 존 도너번 사장과 그의 다섯 자녀가 1억 달러에 가까운 부동산과 신탁기금을 놓고 벌이는 극한 대결을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2개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미국 동부의 엘리트 가문으로 통하는 이들이 벌이는 싸움은 살인, 협박, 성폭행 등 할리우드 영화의 통속적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도너번 사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으로 HP, 오라클 등 쟁쟁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자녀들을 대표해서 아버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첫째 아들 제임스 도너번 씨 역시 하버드대 법대를 나온 최고의 엘리트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중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스턴 경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한 주차장에서 도너번 사장이 총격 신고를 한 것. 안전띠 덕분에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그는 러시아인 2명이 총격을 가했으며 그 배후에는 첫째 아들이 있다고 지목했다. 아들은 총격을 가한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으며 경찰도 자작극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너번 사장과 자녀들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2002년경. 자수성가한 도너번 사장은 자녀들 앞으로 막대한 신탁기금과 땅을 물려줬으나 자신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만 재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애초에 재산을 물려줄 생각 없이 단순히 세금 회피 목적으로 재산을 자신들의 명의로 해놓은 것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도너번 사장이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자녀들로 현재 도너번 사장은 셋째 부인과 살고 있다.

2002년 큰딸 머린 씨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아버지가 재산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자녀들은 아버지를 신탁계약 위반으로 고소했고 아버지는 자녀들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도너번 사장은 집안 여기저기에서 식칼과 ‘살인자(killer)’라고 쓰인 종이가 발견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자녀들은 경찰의 자택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집안의 진흙탕 싸움이 공개되면서 도너번 사장의 사업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도너번 사장은 “사업적으로 재기를 노리는 상황에서 총격 자작극을 꾸밀 이유가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도너번 일가의 오랜 친구인 폴 매커보이 전 예일대 학장은 “주말마다 함께 교회로 향하던 행복했던 가족”이라며 “재산 문제로 싸우게 된 것은 비극 중의 비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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