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들 ‘글로벌 인재’ 육성 팔걷었다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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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 첫발일본 아이치 현 매립지에 세워진 ‘일본판 이튼스쿨’인 가이요 중등교육학교가 8일 신입생 입학식을 갖고 문을 열었다. 도요타자동차 등 민간기업이 주축이 돼 세운 이 학교는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백년대계’ 첫발
일본 아이치 현 매립지에 세워진 ‘일본판 이튼스쿨’인 가이요 중등교육학교가 8일 신입생 입학식을 갖고 문을 열었다. 도요타자동차 등 민간기업이 주축이 돼 세운 이 학교는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판 이튼스쿨’로 관심을 모아 온 ‘가이요(海陽) 중등교육학교’가 8일 일본 아이치(愛知) 현 가이요에서 문을 열었다.

6년제 중고교 통합 과정으로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가이요 학교는 국제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게 목표. 일본 최대 민간기업인 도요타자동차와 JR도카이(東海), 주부(中部)전력 등 중부지역의 대표기업이 중심이 돼 설립했다. ‘지금과 같은 평준화로는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재계의 선도적 투자로 세워진 것.

이날 개교식을 겸한 입학식에서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도요타자동차 명예회장) 이사장은 “미래 일본을 위해 해외에서도 통용되는 기초를 몸에 익혀 달라”고 당부했다.

신입생 대표 서약을 한 아오야마(12) 군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열심히 배워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자부심을 갖고 활약하겠다”고 화답했다.

가이요 학교는 일단 남자학교로 출발하지만 남녀공학을 목표로 한다. 첫 입학생으로는 전국에서 지역별 선발시험을 거쳐 920명의 응시자 중 123명이 뽑혔다.

학교는 매립지 13만 m²의 터에 교사와 체육관, 운동장, 기숙사 12동, 교직원 숙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 각지에서 영입된 베테랑 교사 25명도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초대 교장으로는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최근 10년간 입시에서 일본 최고라는 평을 얻은 도쿄의 가이세이(開成) 중고교 교장 출신인 이즈야마 다케오(伊豆山健夫) 씨가 취임했다.

학습 내용은 영어의 경우 우선 ‘말하고’ ‘듣고’ ‘표현’하는 데 주력하며 3학년이 될 때까지 전원 일본 영어검정협회에서 시행하는 실용영어기능검정시험(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4가지 기능으로 구성되며 1급은 원어민에 준한다) 2급 합격을 목표로 한다. 상급학년이 되면 해외연수나 유학을 갈 수 있다.

학교 측은 또 국어(일본어) 교육에도 힘을 기울여 고전에 대한 소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컴퓨터 교육시설도 최고급으로 갖췄다.

7일 문을 연 기숙사는 1인 1실(3평)로 운영된다. 층별로 도요타 기업에서 파견된 20대의 사감들이 함께 생활하며 일상적인 지도와 상담을 맡는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오전 6시 반에 일어나야 하고 오후 10시 반에는 불을 꺼야 한다. 만화나 오디오, 게임기 반입이 금지되고 참고서나 사전 이외의 책은 10권 이내로 제한된다.

학교 측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경은 일정한 규율 속에 있다”며 “이상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정보를 어느 정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숙사에서는 허가 없이는 외출이 금지되며 허가를 받아도 인솔자가 필요하고 집에 돌아갈 때는 반드시 가족이 데리러 와야만 한다.

학부모의 부담은 수업료, 기숙사비, 식비 등을 합쳐 연간 300만 엔(약 2550만 원) 선.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에게 장학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 학부모(47)는 “아이를 맡기는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기숙사에서 잘 돌봐 줄 것이라 믿는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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