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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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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시는 금세기 초에 확정한 도시총체계획에서 2020년까지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공무원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태도도 자신감에 넘친다. 와이탄(外灘)의 황푸(黃浦) 강변에서 맞은편으로 둥팡밍주(東方明珠)와 류자쭈이(陸家嘴) 금융무역구를 바라보고 있자면 “뉴욕을 따라잡겠다”는 말이 결코 허풍이나 과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상하이는 ‘上海’라는 이름의 뜻대로 동중국해 바다 위에서, 그리고 중국 대륙의 창장(長江) 강 삼각주 지역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기세가 동아시아 최대의 국제 무역 및 금융 중심도시로 떠올랐던 1930년대보다 더 야심만만해 보인다.
이번에는 상하이 쪽에서 우리 수도권을 바라보자. 아직도 공장총량규제니 송도국제학교 신설과 관련한 논란이 들린다. 답답하다. 아직도 전국에서 입지 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이 지역에 대해 “혼자 너무 빨리 가면 어떡하느냐”고 노려보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가.
중국의 경험과 현황을 통해 ‘균형’과 ‘평등’ 문제를 다시 검토해 보자.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아니 왜 필요한 것인지 되짚어 보자.
중국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경제특구 및 연해지역 우선 발전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반론이 자주 나왔다. 지금도 이 같은 의견이 완전히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 다 같이 부유해지는 것(공동부유·共同富裕)이 궁극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과 지역이 같은 걸음걸이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개혁개방 이전에 계획경제체제하에서 문화혁명까지 해 가면서 동보부유(同步富裕)를 추구했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같이 가난해지는 것(동보빈곤·同步貧困)으로 나타났음을. 앞서 가는 사람이 있어서 뒤라도 쫓아갈 수 있는 건 동보빈곤보다 좋은 것이라는 걸.
중국사회과학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지역 간 격차’에 대해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의한 실천 결과이며, 이는 역사적 진보”라고 해석하고 “다시 앞서가는 지역의 뒷다리를 잡자는 식의 발상은 ‘좌경적 착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역 간 격차 문제를 경시하고 방치하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갈수록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면서 빈곤지구 주민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안정을 위협하게 되자 올해부터 시작되는 11차 5개년 계획에서는 빈부 간, 도시와 농촌 간 지역 격차의 축소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경제 성장 추세를 유지하는 틀 속에서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평등과 균형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인민공사’를 통한 생산 및 생활의 집단평준화와 문화혁명까지 겪은 이들이 ‘균형’이나 ‘평등’을 완벽히 추구하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뼈저린 교훈을 체득하였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중국의 지역 개발 전략 기조는 “추구해야 할 균형은 국가 경제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는 틀 안에서 기회의 균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토 균형 개발과 동북아 경제중심 과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국토 정책 관련 전문가들이 깊이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박인성 중국 저장(浙江)대 교수·토지관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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