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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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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판 ‘화씨 9/11’로 불리는 영화 ‘카이마노(Caimano)’가 이탈리아 전역의 400개 상영관에서 지난주 개봉됐다.
카이마노는 원래 악어란 뜻이지만 이탈리아 좌파가 ‘교활하고 음흉하다’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공격할 때 사용해 왔다.
좌파 성향의 난니 모레티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난한 것처럼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담고 있다.
카이마노는 영화 제작자와 젊은 여성감독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삶과 업적을 다룬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아무도 총리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고 제작비를 대지 않아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부패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자 이탈리아 국민에게 판결에 반발하도록 유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총선(4월 9, 10일)을 불과 16일 앞둔 시점에서 상영된 이 영화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부시를 비판했던 화씨 9/11이 부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은 “카이마노는 악의와 적대감으로 가득한 영화”라면서 “영화가 오히려 우파의 표를 결집시킬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중도좌파 연합을 이끄는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는 “모레티 감독의 영화는 언제든지 볼 가치가 있다”고 응수하며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홍콩 경찰관끼리 도심 심야 총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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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주룽(九龍) 번화가에서 퉁충(東涌)경찰서 소속 추이포코(徐步高) 순경이 순찰 중이던 두 순경에게 총격을 가해 한 명을 사살하고 다른 한 명에게는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추이는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문제는 추이가 소지하고 있던 권총이 5년 전 경찰관 살인사건 때 탈취당한 것으로 이후 은행강도 사건에서 사용됐다는 점. 여기에 추이가 과거 경찰 내 불법도박 사건에 연루됐던 증거가 속속 밝혀지면서 영화 속의 설정처럼 추이가 폭력조직 삼합회가 경찰에 심어놓은 스파이였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993년 경찰에 입문한 추이는 우수한 범인 검거실적에도 불구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몇 차례 승진에서 밀려난 전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내성적인 추이가 경찰조직에 원한을 품고 삼합회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추이와 사살된 두 순경의 관계. 당초 경찰은 비번이었던 추이가 이들의 검문에 걸렸다고 발표했으나 추이와 이들이 사건 현장에서 만나기로 했었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모두가 삼합회가 심어놓은 경찰 스파이로 모종의 의견 불일치 때문에 총격전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경찰은 “추이의 단독범행”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폭력조직의 경찰 침투 실태가 일반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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