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메르켈 수년간 카메라 거실 찍혔는데 “방향만 돌리시오”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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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 거실이 뚫렸어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오랫동안 ‘몰래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밝혀졌다.

대중주간지 ‘빌트 암 존타크’는 26일자에서 베를린 시내 총리 자택이 내려다보이는 페르가몬박물관 옥상에 카메라가 설치돼 수년 동안 하루 24시간 총리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찍혔다고 보도했다.

다른 일간지와 방송매체들도 일제히 이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독일 정가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카메라는 8년 전 페르가몬박물관 옥상에 설치됐다. 여러 명의 박물관 관계자가 촬영에 관여했으며 거실 쪽만 크게 확대해 찍기도 했다. 또 여성 총리의 남편인 요아힘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가 잠옷 차림으로 TV를 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총리로 뽑힌 뒤에도 관저로 이사하지 않고 사저에 머물러 왔다.

페르가몬박물관을 비롯한 베를린박물관의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마티아스 헹켈 씨는 “총리실과 협의한 끝에 문제의 카메라를 일단 다른 각도로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비밀 촬영이 정치적 음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박물관 외곽 경비용으로 설치된 카메라를 누군가 재미로 돌려놓은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도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 인정했을 뿐 어떤 부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페르가몬박물관은 1930년 개관됐으며 고대 바빌로니아 신전 계단 등 규모가 큰 유물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이날 메르켈 총리에게는 기분 좋은 소식도 있었다. 26일 실시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작센안할트 주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당이 최대 의석을 확보했다. 메르켈 총리의 집권 4개월 성적에 대해 유권자들이 좋은 평가를 내린 셈이라고 독일 언론매체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실시된 라인란트팔츠 주 의회 선거에서는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승리했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연정 관계. 일단 연정 파트너로서 체면은 세운 셈이다. 작센안할트 주에서도 기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사민당과 연정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ARD방송은 “국민이 대연정의 정책 기조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는 1200만여 명의 유권자가 참여했으며 교육, 아동복지, 실업 문제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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