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제2 노무현’ 아니오?”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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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혹시 통일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는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가 되려는 것 아니오?”

19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대만의 유력한 차기 총통후보 마잉주(馬英九·사진) 국민당 주석이 22일 미국 기업연구소에서 연설을 끝낸 뒤 현지 학자들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대만의 쯔유(自由)시보 인터넷판은 24일 마 주석과 미국 학자의 질의 및 답변 내용을 상세히 싣고 기사 말미에 ‘소사전(小辭典)-남한의 반미파 노무현’이라는 제목 아래 노 대통령의 통일 및 외교관을 상세히 전했다.

마 주석은 이날 미국 학자의 껄끄러운 질문에 “대만은 미국 일본 중국과 동시에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트러블 메이커’가 아닌 ‘평화의 제조자’가 돼야 한다”며 질문의 정곡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강연에 참석한 상당수의 미국 학자들은 연이어 “(당신이) 미국 및 일본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에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며 마 주석을 추궁했다.

마 주석은 이에 대해 “대만은 국방 및 과학기술 방면에서 미국을 필요로 한다”며 “미국 중국 대만이 서로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마 주석의 모호한 답변이 이어지자 댄 블루멘털 전 미 국방부 중국과장은 “미국은 아시아에서 위험방지용 포위방어 전략을 구축하고 있고 일본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인해 대만해협 충돌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국민당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밝히라”고 다그쳤다.

마 주석은 “국민당은 국가안전계획에 따라 미국과 협력할 것이고 그 범위는 미국과 일본의 방어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 협조하는 것까지 포괄할 수 있다”며 끝내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지 않았다.

‘1개 중국론’을 표방하는 마 주석의 방미에 대해 중국은 1995년 ‘2개의 중국론’을 표방한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강력 비난했던 때와 달리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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