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격투기 돌려차기에 복싱 KO패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코멘트
“권투는 당신 아버지를 위한 스포츠였다. 격렬하고 빠른 싸움을 원한다면 우리에게로 오라.”

이런 슬로건을 내건 이종격투기가 미국 젊은 남성들 사이에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0년대 초 변두리 카지노와 술집에서 출발한 이종격투기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 덕분에 5년여 만에 권투를 누르고 가장 대중적인 격투 스포츠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 보도했다.

지난달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경기 때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카지노 특설무대에서는 인기 이종격투기 선수인 척 리델과 랜디 쿠투어의 경기가 열렸다. 슈퍼볼 시즌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전통적으로 대형 권투경기가 열렸지만 올해는 이종격투기로 돌아선 것.

‘이종격투기의 슈퍼볼’로 불린 이 경기는 입장료가 최고 75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1만 개의 객석을 거뜬히 채웠다. 패리스 힐튼, 신디 크로퍼드 등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몇 주 후 같은 무대에서 열린 셰인 모슬리와 페르난도 바르가스의 슈퍼 웰터급 권투경기.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권투선수의 경기였지만 객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해 썰렁했다. 미국의 유명 권투 프로모터 돈 킹은 “젊은 세대에게 권투는 이제 지루한 경기가 됐다”고 한탄했다.

이종격투기가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은 ‘얼티메이트 파이팅 챔피언십(UFC)’ 리그가 출범하면서부터. 2001년 정치인들이 이종격투기를 ‘인간 닭싸움’에 비유하며 금지 법안을 추진하자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던 이종격투기 선수들은 UFC 리그 아래 모여들었다.

UFC는 네바다, 뉴저지 등 도박산업이 발달한 주 정부를 상대로 경기 허가권을 따낸 뒤 대규모 경기를 유치해 관객을 끌어 모으는 전략을 택했다. 또 경기규칙과 득점방식을 정비해 대중성을 확보해 나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