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워치]미국판 ‘왕의 남자’?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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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이 영화를 보게 될지 모르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장안의 화제가 된 ‘왕의 남자’를 지난 주말 감상한 것처럼 말이다.

부시 대통령은 23일 캔자스주립대를 방문했다가 한 시민의 질문을 받았다. 자신을 목장지기라고 소개한 그는 “목장생활을 좋아하는 대통령이 아닌가. 혹 (목장을 배경으로 한)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영화를 봤느냐. (봤다면) 어떤 느낌이 들던가. 안 봤다면 꼭 보시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며 영화 추천을 곁들인 질문을 던졌다.

영화는 1997년 처음 발표된 동명(同名)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최근 골든 글로브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에는 좀 얄궂은 데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는 카우보이 2명의 동성애를 그렸다는 점 이외에도, 두 주인공이 텍사스 주와 와이오밍 주에서 살아간다는 점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의 고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영화는 못 봤지만, 이야기는 들었다”고 답했다. 와이오밍 산악 목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영상미, 카우보이 동성애라는 논란성, 가톨릭 교단이 표시한 거부감에 대해 들어 봤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동성애 문제는 2004년 대통령선거 때 ‘보수적 가치’ 논쟁을 촉발한 정치 사안으로, 부시 대통령에게는 재선을 안겨다 준 요인의 하나다. 체니 부통령의 둘째 딸이 동성애자라는 점이 대선토론회에서 거론되기까지 했다.

영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 ‘고초’를 겪었다.

모르몬교의 영향력이 강한 유타 주에서는 초기에 극장상영 불가 운동이 이어졌고, 가족중시단체는 반발했다. 가톨릭 교단은 개봉 직후 영화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탓인지, 도덕적으로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O(offensive) 등급’으로 수정했다.

유달리 논쟁을 좋아하는 나라, 미국은 이 영화를 놓고서도 논쟁 중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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