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메르트 “테러 방조하는 정부와 협상 안한다”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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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뱀을 끌어들였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0년 만의 총선을 허용한 데 대해 파타당 내부에서 터져 나왔던 비판이다.

하마스의 부상은 역설적으로 팔레스타인 민주화의 결과다.

2004년부터 파타당을 이끈 아바스 수반은 정치가라기보다 학자에 가까운 70세 노인이다. 그는 파타당이 장악한 현 자치정부는 내부 통제력의 약화로 팔레스타인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10년 만의 총선을 결정했다.

하지만 ‘뱀이 정원을 뒤집어 엎어버릴’ 줄은 아바스 수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파타당의 우위 속에 권력을 분점하면서 하마스를 정치적으로 포섭하려 했다. 총선 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도 파타당의 신승을 예고했던 터라 하마스의 승리는 충격이었다.

파타당은 제2당으로 전락하면서 자치정부 수반 자리를 제외한 의회와 행정 권력을 하마스에 내주게 됐다.

그러나 하마스의 내각 구성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게 됐다. 하마스의 동참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타당은 연정 참여를 거부하고 나섰다. 야당으로 남아 당의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마스는 험난한 대외관계를 앞두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26일 성명에서 “테러와 싸우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충족하지 않는 정부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나타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아바스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미 행정부는 아바스 수반과 그 정책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혀 아바스 수반의 협상 노선에 힘을 실어주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테러단체인 하마스와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재개돼 가자지구 유대인정착촌 철수 등으로 이어진 중동평화협상은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마스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요르단 강 서안의 라말라 비르제이트대의 나데르 사이드 교수는 “하마스가 정치적 게임을 받아들인 것이고 그들이 현재 겉으로 무슨 말을 하건 과거처럼 강경노선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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