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기댄 日 公교육 “선생님, 강사님은 언제 오세요?”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육 당국이 표방해 온 ‘유토리(여유) 교육’ 탓에 여유가 더 없어졌다. 떨어진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일본에서 최근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의 수업을 입시학원에서 ‘아웃소싱’ 하는 초중고교가 늘고 있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10개 구립중학교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작은 4개교는 지난해 6월 입시학원인 와세다(早稻田) 아카데미와 제휴해 토요특별강좌를 시작했다.

학원 강사가 학교 교실을 방문해 학원 자체 교재로 1∼3학년에게 국영수 3과목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학교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도 참가시키고 싶다”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고 참여 학교도 9개로 늘어났다.

현재 참가자는 369명으로 전체 학생의 20%가 넘는다. 특히 최초의 4개 학교에서는 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수업료는 전액 구 예산에서 지급된다.

도쿄 고토(江東) 구립 야나가와(八名川)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중소학원 단체인 전국학습학원협회에서 강사를 파견 받아 고학년 산수 1개 반의 정규수업을 맡기고 있다. 학원 측이 담당하는 산수 수업은 절반 정도.

교사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학력 향상을 꾀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대책이다.

그래도 공립 초중학교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대학입시 때문에 고교에서의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

대형 대입학원인 요요기(代代木) 제미나르가 여름특별학습이나 보충학습에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18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는 공립이다.

순다이(駿臺) 입시학원도 강사 파견 사례가 40건에 이른다.

도쿄 주오(中央) 구에 있는 사립 니혼바시조각칸(日本橋女學館)고교는 올봄 대형 입시학원 계열사와 제휴해 정원 10명의 ‘슈퍼 특진코스’를 개설한다.

통상의 수업은 교사가 가르치지만 7, 8교시를 활용해 주 6회 정도 학원 강사가 국영수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 학교는 마찬가지로 올봄 개설되는 연극연구계열(30명) 전문과목 수업을 위해 예능프로덕션에서 안무가를 파견 받을 예정이다.

일부 학교는 이 같은 아웃소싱을 통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사이타마(埼玉) 현 우라와가쿠인(浦和學院)고교는 대형 입시학원인 나비오와 제휴해 특별선택 코스를 만든 결과 1명 정도이던 국공립대 합격자가 10명으로 늘었다.

이 학교 하라다 유타카(原田豊) 교감은 “재수하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부모와 학생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학교나 교사가) 아무리 훌륭한 이념을 말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