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동료 변호사 윌리엄 조이스(51)였다. 그는 정 변호사 뒤에서 총을 쏜 뒤 달아났다가 승용차 번호판을 기억한 목격자의 제보로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1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15일 킹 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조이스 변호사에 대한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조이스는 그동안의 재판에서 총을 쏜 사실은 시인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살해의 고의는 없었으며 총격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제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던 경찰관이 증언대에 섰다. 그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정 변호사에게 “당신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변호사는 “아무도 없다(Nobody)”고 대답했다고 경찰관은 증언했다. 그것이 정 변호사의 마지막 말이었다.
‘원한’도 없는데 왜 총을 쐈을까.
재판에서 진실이 드러났다. 조이스는 시애틀 인근 스노호미시 카운티 검사로 일하다 2000년 변호사로 전업했다.
조이스는 사건 수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세금도 못 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선물가게 프랜차이즈권 분쟁 사건을 맡아 정 변호사와 맞서게 됐다. 정 변호사는 시애틀 일대에서 명성을 날리던 유능한 변호사였다.
조이스는 법정에서 정 변호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법원은 정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조이스에게 증거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나 조이스는 응하지 않았다. 조이스는 이 일로 2000달러의 벌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마지막 공판에서 조이스는 자신의 변호인이 “왜 쐈느냐”고 묻자 “그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정 변호사가 법원을 통해 요구한 서류제출 마감시한을 앞두고 초조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총을 쏠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이스는 조만간 배심 평결에서 유죄 평결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궁극적으로 ‘변호사 천국’에 대한 유죄 평결이 될 것이다.
이수형 사회부 차장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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