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교회마케팅’ 바람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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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산업계가 ‘교회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 영국의 시사주간지 ‘뉴스테이츠먼’은 할리우드가 날로 보수화되는 미국 사회 경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경건한 소재’ 발굴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3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이 영화 흥행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 변수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월트디즈니사는 12월 판타지 영화인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C S 루이스의 인기 소설인 ‘나니아 연대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인간을 대신해 박해받는 주인공 ‘사자’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

1950년대부터 자주 영화화가 시도됐으나 ‘교회적 상징이 관객에게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한’ 영화사들이 제작을 떠맡기를 꺼렸다. 그러나 지난해 멜 깁슨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성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대성공을 거두자 디즈니가 부담 없이 손대게 되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제작비의 절반은 독실한 장로교회 신도인 필립 안슈츠가 총수로 있는 ‘월든 미디어’에서 댔다. 안슈츠 씨는 공공연히 ‘할리우드를 정화(clean up)하겠다’고 말해 온 인물. 교회를 상대로 한 흥행 전략도 치밀하게 세웠다. 이미 10월에 미 전역의 교회와 목사들에게 특별 제작한 DVD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 DVD는 영화가 주는 교훈을 교회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로 이뤄져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매거진도 최근 교회 영화상영 마케팅회사인 ‘텐 클라우즈’의 약진을 소개했다. 2000여 곳의 교회를 ‘회원 영화관’으로 끌어들인 이 회사는 불안한 세계의 정세를 신의 의도로 해석한 ‘레프트 비하인드-전쟁 속의 세계’를 미 전역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어 앞으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류의 교회주의 영상물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텐 클라우즈의 일거리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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