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계층 및 인종 간 단절을 메우는 교량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민자들과 그들이 정착한 새로운 도시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도서관 이용자도 지난 10년간에 비해 70%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로스앤젤레스는 1950년대 말∼1960년대 초에 도서관을 집중적으로 건립했지만 1986년 중앙도서관에서 일어난 화재로 100만여 권의 장서가 소실된 일까지 생겼다.
그러나 재난이 전환점이 됐다. 시립도서관 전 사서인 수전 켄트 씨는 “시민들이 그제야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제 도서관은 서고(書庫)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도서관에서는 이민자들이 함께 모여 시민권 취득을 위한 강좌를 듣는다. 이 도서관은 3만5000여 권의 중국어 자료를 비롯해 중국과 대만에서 발행되는 신문 잡지 등 40여 종을 소장하고 있다.
제퍼슨 고등학교의 흑인학생단체 회장인 에릭 존슨(17) 군은 거의 매일 애스컷 도서관에 들른다. 올해 4월 학교에서 벌어진 싸움이 인종 간 난투극으로 번졌지만, 존슨 군은 “도서관만큼은 중립 지역”이라고 말했다.
전직 도서관 사서로 도서관 건축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폰테인 홈스(62) 씨는 “도서관은 이제 새로운 광장으로 사람들은 이곳에서 정보를 얻고, 만나고, 일자리를 찾고,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50년 전 멕시코에서 이민 온 움베르토 카마초 씨는 “도서관은 책과 CD, 컴퓨터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준다”고 말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지역사회의 일원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정식으로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에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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