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 총리 후보들 잇단 신사참배 지지 발언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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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7일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데 대한 여론의 평가와 집권 자민당의 반응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은 한국,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들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생각이 짧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자민당 내에선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리는 실력자들을 중심으로 참배를 지지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도쿄(東京)의 외교 소식통은 “고이즈미 총리의 돌출 행보도 문제지만 일본 정계의 우경화 흐름과 차기 총리 후보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내년 9월 그가 물러난 다음이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4명 중 3명은 이구동성으로 총리 편들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은 강경파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일본이 전후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만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지도자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집권하면 8월 15일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역사 관련 망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무상은 “1년에 한 번 참배한다는 약속을 지킨 것은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도 “총리가 나름대로 잘 생각해서 결단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 중 상대적으로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취해 온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만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차기 주자들이 이처럼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은 9·11 중의원 의원 총선거의 대승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집권 기반이 강화되면서 장차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그의 반감을 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도쿄신문은 “고이즈미 총리는 후임 총리의 자격으로 개혁 노선의 계승을 제시했지만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태도가 주요 평가 항목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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