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테러 “한국인 年수만명 찾는 관광지서 또…”

  • 입력 2005년 10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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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탈출… 참혹한 현장세계적인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1일 저녁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3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도 6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발생 직후 피해자를 옮기고 있는 인도네시아 주민들(왼쪽),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짐바란 해변의 식당을 2일 현장 조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 과학수사반원들. 짐바란=AP 연합뉴스
긴박한 탈출… 참혹한 현장
세계적인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1일 저녁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3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도 6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발생 직후 피해자를 옮기고 있는 인도네시아 주민들(왼쪽),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짐바란 해변의 식당을 2일 현장 조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 과학수사반원들. 짐바란=AP 연합뉴스

매년 수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찾는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 섬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현지 교민들은 물론 국내에도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특히 테러로 부상한 한국인과 발리 관광객, 교민의 국내 가족은 현지 상황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가을 ‘허니문 시즌’을 맞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나려 했던 여행객 상당수가 예약을 취소해 여행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외신 한국인 사망설 보도=외교통상부는 2일 현재 발리 폭탄테러로 인한 한국인 부상자는 모두 6명이라고 밝혔다. 또 영사 콜센터를 통해 이날 오후 총 107명의 소재 파악 요청을 접수하고 이 중 22명의 소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지에 급파된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밤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신 1구가 너무 심하게 훼손돼 DNA 검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이 시신이 한국인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지의 교민 및 여행객에 대한 소재 파악 결과,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부상자 중 2명이 몸속에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한국인 1명 사망’ 보도에 대해 “한국인 시신이 안치됐다는 그라하아스리 병원의 시신 12구를 확인한 결과 한국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지 대사관 직원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해 한국인 사망 여부 등을 파악 중이며 사고 지역을 여행경보 제1단계(유의)에서 2단계(주의) 지역으로 격상시켰다.

▽불안한 가족들=폭탄 테러로 부상한 정성애(30·여) 씨의 어머니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딸이 ‘가벼운 찰과상 정도만 입고 무사하다’는 짤막한 소식을 전해와 가족 모두가 마음을 놓았다”며 “하루라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딸의 이름이 발리 테러로 인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을 1일 밤 언론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후 딸 걱정에 가족 모두 잠 한숨도 못 잤다”고 전했다.

정 씨는 친구 2명과 휴가차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조성미(31) 김미영(45) 정진희(30·이상 여) 씨 등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과 함께 쿠타 시내의 쇼핑센터에서 식사를 하다가 바로 옆 건물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찰과상을 입었다.

한편 경찰은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50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이번 테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2000년 이후 9차례나 테러가 발생했던 곳이어서 국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관련 국가와 테러정보 등을 공유해 APEC 정상회의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여행업계 타격

▽여행업계 전전긍긍=여행업계는 황금연휴 및 가을 결혼시즌 특수가 사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J여행사 관계자는 “3일 발리로 떠나는 출발 예정자 전원이 예약을 취소했고, 2일 출발도 절반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러 피해를 본 쿠타 시내와 짐바란 해안이 발리 섬의 주요 관광지가 아닌 만큼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발리 여행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H여행사 관계자도 “2, 3일 150여 명이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는데 60∼70%가 푸껫이나 사이판 등 다른 휴양지로 여행지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침통한 현지 교민=2002년 10월 발리 나이트클럽 폭탄테러의 후유증으로 타격이 심했던 200여 명의 교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관광업이 또다시 위축될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발리한인회 김윤기(金允基·42) 총무는 “교민의 80%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발리 현지는 평상시처럼 안정을 찾았지만 관광객들의 불안감을 씻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발리는 매년 13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관광객 대부분이 서양인이다. 한국 관광객은 지난해 8만 명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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