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쌍둥이' 대통령-총리 나올까

  • 입력 2005년 9월 22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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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에 나온 사진이 대통령이야, 총리야?"

앞으로 폴란드에서는 이런 질문을 자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틀 남은(25일) 총선과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나란히 총리와 대통령 후보로 뛰고 있는 것. 형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는 중도우파 야당인 '법과 정의'의 당수로 총선에서 다수를 확보해 총리직을 차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 후보인 동생 레흐 카친스키는 형보다 앞서 이 당의 당수를 지냈으며 바르샤바 시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폴란드는 대통령이 각료임명권과 법안거부권 등을 가져 총리보다 큰 권력을 누리고 있다.

1949년 45분 차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43년 전부터 이미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쌍둥이'였다. 열세 살 때 유명 동화를 각색한 영화 '달을 훔친 두 사람'에 쌍둥이로 출연했던 것. 두 사람은 80년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창립한 '연대' 노조에서 브레인으로 활동했고 2001년 '법과 정의'당의 창당 주역이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당선 가능성은 엇갈린다. 처음에는 동생 레흐가 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6월 여론조사에서 그는 2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총선 전망에서 법과 정의당은 친기업적 보수정당인 '시민강령'에 크게 뒤졌다. 그러나 21일 발표된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법과 정의당이 34%의 지지를 얻어 처음으로 시민강령을 2% 앞섰다. 반면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레흐가 30%의 지지율을 얻어 47%를 얻은 시민강령의 도널드 투스크 당수에 밀리고 있다.

선거전에서 두 사람의 무기는 '청렴과 도덕성'. '기업과 유착한 현 집권층이 부패의 길을 걸어왔다'며 도덕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청렴' 공약은 종종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두 사람이 닮은 용모를 이용해 학교와 군대에서 서로 시험을 대신 봐주곤 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

만약 두 사람이 '동반 당선'에 성공한다면 둘을 구분할 수 있을까. 폴란드 언론은 "동생 레흐는 뺨과 코에 큰 점이 있다. 그것만 유의해서 보면 구분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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