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자신의 개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사라진 여성이 디지털 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상에서 유통됐던 '개똥녀' 사건의 뉴욕판은 이른바 '변태남' 사건.
지난달 중순 뉴욕의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한 남자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변태적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한 여성이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변태081805'라는 타이틀로 올린 것. 곧바로 스페인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네티즌이 글을 올렸고 일주일도 안 돼 '변태남'은 음란행위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은 인터넷 시대를 사는 '영리한 대중의 신속한 정의 구현'의 사례로 찬사를 받았다. 네트워크 전문가들도 이 사건이야말로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이 '시민 언론'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반면 학자들은 휴대전화 카메라와 보안용 폐쇄회로 TV에 의해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계는 결국 '파파라치화'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블로거는 "정상적 법체계의 작동 없이 여론재판으로 난도질당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그 남용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우려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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